부품업체 세트사업 진출 최대 걸림돌은 `유통`

신사업으로 세트사업에 진출한 부품업체들이 유통망 구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잘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물건을 팔 대리인을 잡지 못해 재고만 쌓이고 있다. 기업간거래(B2B)시장에 익숙한 부품업체들이 유통을 간과하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부품업체들이 완제품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유통망 구축 실패로 사업화 단계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있다.

품질과 기술력에 경쟁력이 있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었지만, 대형 유통회사들은 중소기업 제품 취급에 관심이 없고 대리점들은 무리한 이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체 대리점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초기 투자 금액이 너무 크고 사업을 백지화 하기에는 초기 투자 비용이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이 세트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체 브랜드를 보유할 수 있고, 잘만 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부품 사업과 달리 `갑(세트업체)`에 눈치를 보지 않고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휴대폰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A사는 기존 부품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방산업인 디지털비디레코더(DVR) 시장에 진출했다. A사는 당초 건설사를 위주로 B2B 영업을 추진했지만, 건설 경기가 얼어붙어 B2C 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런데 유통망 구축에서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 전국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 대리점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리점들이 제조업체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요구해 난항을 겪고 있다.

AS 문제도 부품업체들이 겪는 큰 어려움이다. 부품 사업과 달리 세트제품은 판매 후에도 사후 관리를 해야 하는데, 사업을 시작할 때 이를 생각지 못한 것이다.

금형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B사는 멀티미디어플레이어 사업에 진출했는데, AS 비용 때문에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세트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대리점을 모집하면서 AS 부문도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대리점도 설립해야 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드는 비용도 부품업체들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세트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부품업체 사장은 “부품 사업에서는 세트업체가 `갑`이지만 세트사업에서는 대형 유통사가 무서운 `갑`이다” 면서 “기술력과 품질만 믿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는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커져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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