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소프트웨어(SW) 산업규모는 반도체의 3.7배, 휴대폰의 7.6배, LCD TV의 28.6배에 이른다. SW 산업의 고용창출 효과는 매출 10억원당 6.4명으로 제조업의 6배이며, 매출 28.7%가 순이익인 알짜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SW산업은 IT 총생산액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OECD국가 평균인 24%에 한참 못 미친다.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미래성장동력이 명확한 산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의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더 큰 우려는 이 같이 열악한 SW 산업 기반을 탈피할 돌파구가 있냐는 것이다. 나는 그 열쇠를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니치마켓을 찾아내 기술과 비즈니스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해외시장을 읽어내고 철저하게 분석, 수용한 후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 SW산업은 국내에서 SW 엔지니어의 수급이 안된다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SW 개발자가 있어도 스마트폰이나 게임산업으로의 엔지니어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또 원천 기술력이 없어 기업 입장에선 새롭게 교육을 해서 육성해야 하는 삼중고에 처한 게 현실이다.
이런 여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신기술에 대한 수용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다. SW기술과 비즈니스 행태로만 본다면 그다지 폐쇄적이지도 않다. 미국의 범용성을 수용하고 일본의 창의성과 디테일을 결합하면 중국에 앞서 SW로도 충분히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만하다. 이를 위해 우선 글로벌 표준을 준수하는 완성도 높은 패키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패키지 SW를 기반으로 HW와 결합된 임베디드 모델 및 산업지식과 결합된 도메인 솔루션 등 융복합 IT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각도로 제품화할 수 있는 연구가 동반돼야 한다. 제품 공급체계와 설치운용 방식을 간편하고 쉽게 구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노크와 사업기회 발굴, 글로벌 수준향상을 위한 기업 스스로의 준비와 노력도 필요하다. 인력도 국내에서 수급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현지화와 오프쇼어에서 수급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개개인의 지식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SW산업의 특성상 SW기업은 경영진의 기술에 대한 혜안과 더불어 기업정체성에 대한 사명감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 한국이라는 나라도 잘 모르는 해외고객들에게, 변방으로 인식되는 우리네 기술과 제품을 악착같이 소개하고 주도면밀하게 응대해 결국 인정을 받아냈던 해외시장 개척 초기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포기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외롭고 힘들었지만, 임직원들이 중심을 잃지 않고 올곧게 지켜온 기술기업으로서의 전문성과 해외진출에 대한 의지, 뚜렷한 목표의식이야말로 지금 SW전문가를 꿈꾸는 후배들이 젊음을 걸고 선배들과 함께 희망과 열정을 담금질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파트너사를 발굴해 그 직원들이 우리가 개발한 패키지 SW제품을 제안하고 기술 지원을 해야 하며, 다양한 국적의 우수한 젊은이들을 수급해서 우리의 SW 기술과 지식을 통해 SW 수출에 대한 지경을 넓히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과제다.
결코 순탄치 않고 앞으로도 쉽지만은 않을 한국에서의 SW사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SW기업의 비전을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SW 시장은 그래도 해외에 있습니다. 우리의 지식과 기술을 패키지화해 수출하고, 그 댓가로 IT코리아의 드높아진 위상과 신뢰를 얻어 오는 것입니다.”
백원인 미라콤아이앤씨 대표 woninb@mirac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