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핵의학 강국 코리아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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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이용기술개발부장





`부산 기장군, 연구용 원자로 유치.` 얼마 전 언론에 크게 보도된 대로 전국 9개 시도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인 새 연구용 원자로 건설지는 부산 기장으로 결정됐다. 새로 지어질 연구용 원자로의 주된 기능은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과, 고품질 반도체 생산이다. 이 중 방사성 동위원소는 질병의 정도를 진단해내고 치료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의약품이다. 대표적으로 방사성 아이오딘(I-131)는 갑상선암 진단과 치료에, 테크네튬(Tc-99m)은 각종 암의 진단 및 체내 장기 이상기능 진단 등 뼈전이암, 심장 및 뇌 기능 진단에 활용되는 동위원소다.

그동안 국내 의료용 및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도 일부 생산했지만, 대부분 캐나다의 NRU와 네덜란드 HFR 두 원자로에서 생산한 것을 수입해 공급해 왔다. 그러나 노후한 캐나다와 네덜란드의 원자로가 2008년 말부터 번갈아 가동 중단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동위원소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는 2009년 4월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 의료용 동위원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TFT 구성을 결의했지만 그 이후 상황이 오히려 악화됐다. 방사성 동위원소 수입국들은 수입 경로를 다양화하는 등 대책 강구에 나섰으나 2010년 봄 NRU와 HFR이 동시에 정지되면서 세계 방사성 동위원소 수급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지난 6월 관련 TFT 회의가 OECD/NEA에서 열렸을 때 우리나라 대표로 참석한 나는 다른 나라들에 한발 앞 선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동위원소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전용 원자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오는 2015년 12월 새 연구용 원자로가 완성되면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방사성 동위원소 소비량을 100%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 등 인접국으로 수출까지 가능해져서 우리나라는 동위원소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하게 된다. 또한 대부분 질병의 진단에만 국한되었던 방사성 동위원소의 활용 분야를 암을 추적해서 사멸시키는 치료 분야로까지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도 큰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암 치료에는 방사성동위원소인 이트륨(Y-90)을 주성분으로 하는 항암제가 연간 4조원 규모의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새로 지어질 연구용 원자로는 이트륨을 비롯해 레늄-188, 류테늄-177, 아이오딘-125 등 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해 낼 수 있어 경제적인 가치뿐 아니라 과학기술의 진일보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새 연구용 원자로 건설의 첫 단추가 끼워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처음 건설할 당시의 선배들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만 해도 자력으로 원자로를 설계 건설한다는 것이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지만, 미래를 꿈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결과,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를 갖게 됐다. 지금 우리가 꾸는 새로운 꿈은 앞으로 10년 뒤 핵의학 세계 최강국 코리아의 현실로 돌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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