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 도둑 잡아라` 작가들 인터넷 순찰

"현상금 100만원을 걸고 `작신`을 수배합니다"

소설가들이 `신출귀몰`한 e북 불법 복제물 해비 업로더와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불법복제자 찾기에 현상금과 함께 작가가 직접 사인한 수백권의 책까지 내걸 정도로 뿔이 단단히 났다.

11일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에 따르면 협회소속 작가들은 최근 홈페이지에 `작신`을 공개수배한다는 글을 올리고, e북 불법 복제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작신`은 2008년부터 무협 판타지 소설을 복제, 유통시켜온 유명 전문 헤비업로더다. 빠르면 24시간 이내 막 출간된 신작을 완벽하게 스캔, 복제해 그 파일을 유통시킬 정도다. 2년동안 불법 복제한 것으로 추산되는 신작 등은 총 1천여권. 같은 기간 출간된 무협판타지 소설의 30%에 육박하는 분량이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그를 신작을 거꾸로 발음한 `작신`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작신`의 활동 무대는 `맨살클럽`이나 `클럽보스`와 같은 파일공유사이트다. 일주일에 한두 번, 감시가 뜸한 새벽 시간에 출몰해 수십권의 스캔 복제파일을 업로드하곤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업로드한 파일을 삭제해 자신의 흔적을 없애는 등 뒤처리까지 깔끔했다.

`작신`은 스캔본을 다른 곳에 유포할 경우 파일 용량을 줄여 새로운 파일로 변환할 것을 누리꾼들에게 당부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최초 복제파일의 유통을 막아 유포의 원흉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근거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판타지 소설 작가는 "대량 복제가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최초 파일을 찾을 수 없어 수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짧은 시간에 수백 페이지짜리 소설 수십권을 어떻게 스캔할 수 있었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라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 6월 작가들은 당번을 정해 인터넷 순찰을 하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면서 `작신`은 모습을 감춘 상황이다. 작가들은 100여명이나 동참할 정도로 의지가 결연하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모방한 제2의 `작신`이 뒤따르고 있어, 작가들은 인터넷 순찰 근무를 강화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 한 관계자는 "무협, 판타지 장르가 e북의 최고 수혜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괴사 직전"이라며 "e북이 본격 상용화되기 전에 불법복제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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