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 방송 시장에서 설 자리 없다

투니버스, 챔프, 카툰네트워크 등 주요 애니메이션 채널이 과태료를 감수하면서까지 현행법에 명시된 국산 애니메이션 편성비율을 지키지 않고 있다. 황금시간대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채우고, 국산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이 곤히 잠든 새벽 시간대에 틀어 빈축을 사고 있다.

10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이 아닌 일본 등 외국 1개국가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많이 불법 편성한 사례는 총 16건으로 나타났다. 과태료만 2억6687만원에 달했다. 또 애니메이션 채널들의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 편성 비중을 지키지 않아 1500만원의 과태료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법 71조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채널은 총방영시간 중 국내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35% 이상 편성해야 한다. 또 특정 국가의 애니메이션이 전체 편성비율이 60%를 넘지 말아야 한다.

해당 조항을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내 애니메이션 비율 불이행은 연간 1000만원, 외국 1개 국가 편성비율 불이행은 분기별로 500만원씩이다. 다만, 채널들의 전후 사정을 참고해 50%를 감면하거나 가중, 최고 3000만원까지 부과된다.

이 같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산 애니메이션의 방송 시간도 생색내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이 주로 TV를 보는 이른바 애니메이션 프라임타임인 오후 5~6시께에는 `짱구는 못말려`나 `명탐정 코난` 등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도배했다. 반면에 국산 애니메이션은 새벽 시간으로 밀려났다. `제트레인저`나 `로봇 찌빠` 등의 국산 애니메이션은 각각 새벽 2시 30분과 6시 30분에 편성됐다.

최종일 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장은 “애니메이션 방송 편성은 어린이들에게 캐릭터를 알리고 부가 상품 매출로 직결되는 첫 단추”라며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 배치되면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인기작이나 외산 유명 애니메이션에 밀려 토종 애니메이션은 방송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 애니메이션 채널 관계자는 “편성시간 문제는 판단하기 나름으로 미국 정서가 반영된 심슨 애니메이션은 어른들도 좋아하기 때문에 새벽시간에 배치했다”며 “타깃 층과 콘텐츠 성격에 따라 편성시간을 달리할 뿐 국내 애니메이션이라고 무조건 새벽으로 몰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허원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이 지난해 7월 1일 대표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은 1년이 넘도록 국회에 계류 중이다. 허 의원과 애니메이션 제작업계 및 학계가 공동으로 논의해 발의된 이 법안은 현재 지상파 방송사업자에 적용된 애니메이션 총량제를 모든 방송사업자(애니메이션 채널 포함)로 확대했다. 아울러 국내 신규 애니메이션 편성 비율을 시청률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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