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버라이즌, 망중립 무선 제외…국내 논쟁 영향 미칠듯

구글과 버라이즌이 망 중립성 적용 범위에서 무선 인터넷은 제외한다고 협의한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통신업계와 인터넷콘텐츠 제공업체들은 크게 들썩였다. 이번 미국에서의 거대 사업자의 합의가 향후 다가올 모바일 인터넷에서의 기득권을 누가 차지하는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스마트폰 보급으로 무선망의 트래픽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합의가 이통사들의 망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규제당국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시각차가 뚜렷해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와 구글은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다. 이들은 지난 10개월간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부문 대표자로 협상을 벌여왔다. 유선 인터넷에서의 망 중립성은 허용하되, 모바일 인터넷과 사설 인터넷은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이번 결정은 외형적으로는 구글과 버라이즌의 협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 대표들의 결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구글은 유선망에서의 확고한 망 중립성을 보장받았지만, 다가올 모바일 인터넷에서 망 중립을 보장받지 못했다. 또 사설 인터넷 사업자에게 망 중립성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에 합의, 경쟁사 진입을 봉쇄했다. 간접적으로는 망 사업자에게 일정부문 망 중립성을 양보함에 따라 이들을 끌어안았다. 통신사업자에게 애플과는 달리 적대적 입장을 숨김으로써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글로벌 시장 확산효과도 노릴 수 있게 됐다. 버라이즌은 모바일 망에서의 유지 비용 및 트래픽 유발 사업자에 대해 차별 과금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문제는 7대 원칙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FCC는 그간 망중립성을 유무선망에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주장해왔다. FCC의 이 같은 견해는 지난 상반기 의회에서 거절된 바 있다.

미국의 거대 사업자들이 합의에 대해 FCC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향후 논란거리다. 구글을 제외한 콘텐츠사업자와 시민단체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 합의를 FCC가 얼마나 반영할지 주목된다.

버라이즌과 구글의 발표는 국내에서 논의가 본격화한 무선망의 망 중립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버라이즌과 구글이 모바일 네트워크에서 콘텐츠 제공업체가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면, 특정 콘텐츠에 대한 더 빠른 전송 속도를 보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망 접속에 대한 차별이 가능해진다.

방통위는 국내에도 곧 사업자끼리의 협의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진행 경과를 살피면서 이에 대한 법률이나 규제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망 중립성에 대해 이통사들은 무선망은 폐쇄적인 사업구도와 종량제 등의 요금이 적용된다는 점과 사업자가 사용자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유선망과 달리 차별을 통한 프리미엄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스마트폰 활성화는 데이터 사용에 대한 트래픽 증가를 동반하기 때문에 현재 3G망을 통한 스마트폰 이용에도 주파수 가격 등 별도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콘텐츠 사업자들은 차별을 금하는 망 중립성의 무선망 확대에 찬성해왔다. 콘텐츠업계는 이번 합의가 구글이 안드로이드 등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면서 망 사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망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종호 NHN 이사는 “망에 부담이 될 때 망 중립성 문제를 다뤄야 하지만 국내는 아직 무선망의 망 중립성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며 “무선망에서의 국내 이슈는 결국 활성화지 망 중립이 아니다”고 밝혔다.

황지혜 · 이동인 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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