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불편하지 않게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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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에는 은행이나 백화점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7월 6일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하반기 에너지절약대책에 따라 대형건물의 실내온도가 26도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96%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절약은 예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최근에는 녹색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이 강조되면서 에너지절약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절약대책을 담당하는 실무자로서 이 같은 에너지절약대책을 시행하고, 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을 개발하려 머리를 싸매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마음의 부담을 지울 수 없다. 다수의 에너지절약 시책들이 규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냉난방 온도제한뿐만 아니라 목표관리제,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등급제, 건축물 에너지효율인증제 등도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적당한 자극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도입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에너지절약정책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보다 행복하게 하는 것이 공무원의 기본소임이라는 철학도 그렇지만 조금만 발상을 전환하면 `즐거운 에너지절약 방법`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절약추진단은 올 3월부터 매달 브레인스토밍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쇼핑센터의 매장을 지하에 만들고 주차장을 지상에 만들면 냉난방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어차피 쇼핑센터에는 창문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일본 도쿄 지하철처럼 사람 통행이 잦은 개찰구에 전기를 만드는 소자를 달아두면 사람들의 걷는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정책화한다면 에너지절약을 삶의 질 향상과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앞으로의 에너지절약정책은 국민의 행복을 고려하면서 보다 시스템적인 접근에 초점을 둬야 한다.

가장 먼저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을 육성할 계획이다. ESCO는 다른 기업이나 건물의 에너지를 대신 절감해 주고 그 절감분의 일부를 수익화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기업이나 건물주는 예산부담 없이 에너지비용을 낮출 수 있다. 기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설비를 에너지고효율 설비로 바꿔주면서 그 초기투자비를 정부가 저리로 융자해 주고 상환은 에너지절약분에서 갚아 나가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 ESCO 산업 규모는 1500억원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작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저리의 정책자금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의 ESCO 사업의무화를 통해 시장을 키울 것이다. 또 우리 ESCO 기업의 역량 확충을 위해 에너지진단 사업 육성, 에너지효율 기술개발 지원 강화 등 전후방 산업을 동반 육성할 방침이다.

아울러 집단에너지 사업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집단에너지는 개별 냉난방보다 손실이 적어 20∼30%가량 에너지효율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집단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TF를 구성했으며 올해 안에 녹색성장의 관점에서 요금제도 개선, 집단에너지 확산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계획을 마련할 것이다.

정부는 또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인은 경제적인 이해득실에 민감하다. 따라서 지능형 전력망과 계량기로 전기소비와 요금정보를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해 스스로 낭비요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정부는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올해 50만가구, 내년에는 75만가구에 스마트 미터 등 관련 인프라를 보급할 계획이다.

지금 정부과천청사에는 ESCO 사업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가 끝나면 에너지 비용을 예년보다 4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무더위와 추위로 고생한 공무원에게 예산부담 없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게 되었다는 것은 에너지절약담당자로서 큰 보람이다. 과천청사 사업에서 느낀 점을 우리 국민과 공유하고 에너지절약이 더 이상 귀찮은 것이 아니라 편리하고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되도록 정부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에 힘써야 할 것이다.

도경환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 khtoh@mk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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