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인프라 미비로 성장에 발목

충전소·도로 태부족…산업 발전 막는다

Photo Image
전기자동차 도로주행이 시작됐으나 대도시의 웬만한 도로는 저속전기차 진입을 막고 있다. 영등포 파천교에서 노량진으로 들어서는 노들길 입구에도 전기자동차 진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전기차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도로주행이 늘고 있지만 충전소·표지판·도로 등 전기차 관련 기본시설 확충 및 개선은 거북이 걸음이다. 전기차 업계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전기차 개조 허용 고시안을 내놓고 성능테스트만 거치면 개조 전기차 운행이 11월부터 가능하지만, 인프라는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관련 법제와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전기차는 그야말로 동네 뒷골목을 돌아다는 수준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도로에는 민간과 공공을 포함해 100대 이상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공공기관이 보유한 저속 전기차다. 이달 말부터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고속전기차 `i10EV` 30대가 순차적으로 나올 예정이고 11월부터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한 차량도 주행이 가능해져 저속 전기차를 포함하면 연내 1000대 이상이 보급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전기차 시대가 본격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전기차 운행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은 너무나 더뎌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우선 전기차 운행에 핵심인 충전소 보급이 지지부진하다. 전기차로 맑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서울시만 해도 현재 50여대의 전기차를 운행 중이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시설은 구청이나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서울시에는 현재 시청과 25개 구청, 한강시민공원 사업소, 소방소 등 41곳이 설치돼 있을 뿐이다. 서울시는 연내 공공주차장을 중심으로 140곳의 충전소를 보급한다는 계획이지만 전체 서울시 도로 거리를 고려할 때 전기차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파트·빌라 등 집단주택시설은 전기차 충전소를 갖춘 곳이 없어 민간이 전기차를 당장 구매해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전기차 충전기의 인터페이스·과금체계 표준도 정해지지 않아 연내 충전소 보급과 확산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이달 전기차 관련 그린카 로드랩을 마련하고 충전 인터페이스, 과금체계 등을 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연내 확정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속 60㎞ 미만 저속 전기차의 운행 도로 고시 비율도 전기차 운행에 걸림돌이다. 시·군·구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해야 하는 저속 전기차 운행도로 지정률이 60%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구입해도 80㎞가 제한 속도인 88도로나, 강변도로를 나설 수 없다. 동네 놀이터나 뒷골목을 주행해야 하는 현실이다.

서울·부산·대구·인천·대전·제주 등은 지정률이 높지만 울산·경상북도·경기도·강원도·충남은 전기차 허용 도로 지정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고속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논의되는 반면에 저속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정부에서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저속 전기차에 대한 형평성 논란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기차 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 표준과 보조금 정책, 도로 허용 등 대부분의 정책이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다”며 “전기차 운행으로 공해를 줄인다는 차원에서도 정부가 지금이라도 전기차 인프라 확충과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