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삼림욕과 그린데이

195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우크라이나 키예프 출신의 미국 과학자 셀먼 아브라함 왁스먼은 스트렙토마이신을 개발해 결핵 퇴치에 큰 공을 세웠다. 그는 스트렙토마이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피톤치드`라는 물질을 발견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폐결핵은 치료약이 없었다. `날개`의 이상과 `봄봄`의 김유정도 폐결핵으로 생을 마감했으며, `폭풍의 언덕`을 지은 에밀리 브론테 또한 이 병으로 죽었다. 그나마 유일한 치료법으로는 산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요양하는 게 전부였다. 이게 오늘날의 삼림욕이다.

왁스먼은 숲속에 분명히 우리 몸에 이로운 물질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연구를 거듭해 식물에서 나오는 각종 항균성 물질을 이루는 피톤치드가 몸속으로 들어가 나쁜 병원균과 해충·곰팡이 등을 없애는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삼림욕은 1982년 일본에서 시작된 후 그 효능이 입증되면서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특히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웰빙바람과 아토피 등 산업화가 불러온 질병에 피톤치드의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에 휴양림마다 앞다퉈 삼림욕장을 설치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오는 14일이 그린데이다. 무더운 여름에 연인과 함께 호젓한 숲길을 거닐며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삼림욕을 해보는 날이라고 한다.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기업들이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 만든 밸런타인데이·화이트데이·자장면데이·빼빼로데이보다는 훨씬 의미가 있는 날이다.

그린데이는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4월 5일이 식목일이고 11월 첫째 토요일인 육림의 날 중간쯤 시기로 나무를 심고 장마가 지난 후 심은 나무가 잘 자라는지 숲길을 걸으며 확인하기 딱 좋은 때다.

지금은 전 세계 국가들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요한 화두로 삼고 있다. 심각한 환경파괴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또 다른 의미의 그린데이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을 그린데이로 정하고 이면지 활용, 퇴근 시 컴퓨터 끄기 등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 대한항공도 매주 금요일을 그린데이로 정해 녹색복장을 착용하고 친환경 활동에 앞장고 서고 있다. 심지어는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에서도 녹색 유니폼을 입고 친환경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그린데이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올여름 휴가도 반환점을 돌았다. 해운대를 비롯한 부산 해변에는 주말에 역대 최다 인파인 220만명이 몰렸다고 하고 동해바닷가도 인파로 북적인다. 특히 부산 앞바다에는 이안류가 생겨 피서객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 아직도 휴가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뙤약볕과 인파로 북적이는 바닷가를 벗어나 맑은 공기와 계곡이 어우러진 근처의 휴양림을 찾아 삼림욕을 하며 그린데이를 경험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홍승모 전자담당 sm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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