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생산공정 혁신의 달인, 그가 돌아왔다.
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회생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던 최진석 전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이 조용히 현업에 복귀했다. 최 전 부사장은 지난 6월 `진실리콘`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고 법인 인가를 받았다. 주요 사업 목적은 반도체 위탁제조(파운드리)다. 국내 대기업과 파운드리 인수 계약이 성사되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 전 부사장은 “우리나라에 대만 TSMC와 경쟁할 수 있는 파운드리가 있어야 한다”며 “결국 국가 반도체 경쟁력 차원의 문제다. 메모리·시스템IC·파운드리·후공정 네 축 중에 누군가는 파운드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향후 먹을거리를 찾자는 것이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로 올릴 수 있는 최고 매출은 15조원 정도가 한계”라며 “하이닉스 재직 시절부터 CIS사업을 추진하는 등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지금 국내 8인치 메모리 웨이퍼 공정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곧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 라인 중 하나를 인수해서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최 전 부사장의 복안이다. 노후화된 메모리 라인을 폐쇄해서 장비를 매각하는 것보다 파운드리로 전환해 사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단 내년 말께 8인치 웨이퍼 라인이 폐쇄되는 시점에 그 공장을 인수해 파운드리 회사로 기반을 다진 뒤에 10인치 웨이퍼, 30나노 공정까지 기술을 확보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설계자산(IP), 라이브러리를 축적하고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등 더욱 최신 공정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그는 “굳이 내가 맡지 않더라도 국내에 순수 파운드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든, 자회사나 계열사를 만들어 운영하든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발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전 부사장은 지난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하고 2001년 하이닉스로 옮긴 뒤 올해 4월 하이닉스 부사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오로지 반도체 분야에만 매진해왔다. 지난 2002년 영업적자만 6710억원이던 하이닉스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 7조9060억원, 영업이익 1920억원의 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반도체 업계는 최 전 부사장의 공로를 인정, 지난해 `반도체의 날`에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