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아날로그TV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은 이미 2008년과 2009년에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 일본과 프랑스는 2011년에, 우리나라는 이들보다 늦은 2012년에 디지털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TV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환경구축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이후에도 지상파 TV를 시청하려면 디지털 TV를 구매하거나 기존 아날로그 수상기에 셋톱박스와 같은 수신 장치를 추가해야 한다.
우리나라 상당수 국민들은 이미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TV수상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취약계층의 대부분은 디지털TV를 소유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구매할 여건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경제적인 문제와 신체적 장애 등으로 사회적 접촉과 활동 빈도가 낮은 취약계층에게 TV방송은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이다. TV방송의 이러한 역할 때문에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일본은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원활한 방송수신을 위한 지원정책을 추진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경제적 취약계층과 미디어 활용이 어려운 기술적 취약계층에게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장비나 구입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디지털 전환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취약계층의 디지털방송 수신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TV 방송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좀 더 서둘러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경우 아날로그TV 방송의 종료에 대한 인지율은 29.3%로 일반 국민들의 인지율 55.8%보다 훨씬 낮다. 디지털방송 수신기의 보급률은 10%정도로 일반국민의 55.1%보다 현저하게 낮다. 경제적인 여건 등 환경적 요인으로 디지털 전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 중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는 물론이고 차상위계층, 나아가서는 기술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과 고령층의 대다수는 아날로그TV가 종료된 이후 디지털TV로 전환하지 않고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계층은 디지털TV 전환으로 이전보다 더 큰 정보와 오락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어 사회적 소외가 커질 위험에 처해 있다.
디지털 전환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보다 차상위계층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010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권자보다 오히려 비수급 빈곤층인 차상위계층의 월 소득이 훨씬 낮다. 기초생활권자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있지만 일부 차상위계층은 이러한 지원에서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상위계층 중 유료방송조차 수신하지 못하고 TV 직접수신에 의존하고 있는 계층은 환경적 여건이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정부지원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기술적 취약계층인 장애인과 고령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하면서 동시에 물리적으로 스스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설비 구비가 어려운 계층이다. 이들에게는 디지털수신 장치에 대한 현물지원 및 설치 지원이 필요하다.
아날로그TV의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방송수신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다. 동시에 이전보다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폭넓은 방송 수신환경 개선 지원은 정보화사회의 계층 간 간극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디지털 격차를 완화하는 핵심정책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cmjoo@j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