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의 블록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주가는 사흘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블록딜`이라는 수급상 족쇄는 풀었지만 하반기 D램 메모리 등 반도체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지난 26일 장 마감 직후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보유주식 2440만주(지분율 4.1%) 블록세일에 나섰다.
일각에선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으나 예상과 달리 막판 수요가 몰려 2440만주 전량이 팔려 나갔다. 그것도 26일 종가였던 2만3950원에 팔렸다. 당초 5% 정도 할인해야 팔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가에 전량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끈 것이다.
매각 주간사 관계자는 27일 "초반엔 분위기가 다소 좋지 않았으나 막판에 매수세가 크게 몰리며 가격 할인 없이 모든 물량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외국 기관과 국내 기관이 각각 4대6 비율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의외로 신통찮은 편이다. 이날 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88%(450원) 떨어진 2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 견해는 반반으로 나뉜다.
한 증권사 전문가는 "일단 블록딜이 현재 가격에 성사된 것은 최근 주가 약세에 따른 저가매력이 부각된 데다 D램값이 올 하반기 꺾인 후 내년부터 다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에 힘입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블록딜이 경영권 매각 전까지 사실상 마지막 블록딜인 만큼 투자자 불안감이 완화되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반도체 전문가는 "그동안 공매도에 나섰던 상당수 투자자들이 숏커버(공매도 후 주식 매수)에 나서는 차원에서 블록딜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주가 전망을 밝게 보고 매수에 나선 것과 내용상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채권단이 당초 8월에서 7월로 블록딜을 앞당긴 것은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해 서두른 것 아니겠느냐"며 "올 하반기 D램 공급도 감소하겠지만 수요가 더 빠르게 감소해 D램값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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