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경제 성적이 예상보다 좋았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즉 경제 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7.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2일 한은의 수정 전망치 7.4%보다 0.2%포인트 높은 것이다.
성장 추세를 가늠하는 전기 대비 성장률 역시 2분기에 1.5%로 수정 전망치 1.2%를 0.3%포인트 웃돌았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수치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는 데서 비롯하는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부터는 이만큼 높은 수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때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다음 달 12일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연간 6% 성장 가능..소비.투자가 견인=한은은 당초 올해 성장률을 5.9%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상반기 7.4%, 하반기 4.5%가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이날 잠정 추산된 실제 성장률은 상반기 7.6%로 나타났다. 반기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0.2%포인트 높은 것으로, 연간으로 확장하면 0.1%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올해 연간 성장률이 6%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정부도 올해 성장률 6%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2년 7.2%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이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것은 소비와 투자가 기대했던 것보다 활발했던 덕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민간 소비는 5.0% 늘어 한은 예상치(4.9%)를 넘었다. 설비 투자는 29.4%나 증가해 예상치(20.9%)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건설 투자는 -0.6%로 예상치(0.7%)를 밑돌았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과 건설업이 부진했지만 수출과 내수가 함께 호조를 보이면서 제조업(19.2%)과 서비스업(4.0%) 등 주력 업종에서 증가세가 이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내ㆍ외수 동반 성장이 높은 성장률의 배경”이라며 “아시아 지역의 경기가 빠르게 회복해 수출이 잘 이뤄진 것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기저효과 작용”..성장세 지속 여부가 관건=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은 하반기 출구전략, 다시 말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반기 성장률 수치만 갖고 하반기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8.1%와 7.2%로 치솟은 배경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 성장률이 -4.3%와 -2.2%를 기록한 기저효과가 깔렸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기대를 웃돈 성장률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생각만큼 앞당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토러스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마이너스를 기록한 성장률이 ‘원위캄로 복귀하는 것에 불과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나라 안팎에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전기 대비 성장률 역시 하반기에는 1분기나 2분기처럼 높은 수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전기 대비 성장률이 3분기 0.7%, 4분기 0.9%로 1%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상반기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하반기 전망”이라며 “미국의 경기가 부동산 시장 등을 중심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2분기까지 성장률 지표의 호조는 이미 알려진 사실로, 금통위도 이를 대략 파악하고 기준금리를 올렸을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은 국제 경기의 불확실성과 국내 부동산 정책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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