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들이 국제화에 속도를 내면서 해외 우수 인력 유치에 적극 나섰지만 선뜻 한국행을 결심하는 해외 우수 인력이 적어 애를 태우고 있다.
출연연들은 미국·유럽 지역의 우수한 연구 인력을 원하지만 정작 관심을 보이는 연구원들은 높은 연봉에 기대를 거는 아시아 지역 연구원들이 대부분이다. 출연연은 물론이고 대학의 글로벌화가 가속화하면서 향후 안정적인 해외 인력 수급을 위한 장기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세계수준연구기관(WCI)에 지정돼 ‘기능커넥토믹스센터’를 개소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한홍택)은 글로벌 KIST를 올해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이지만 원하는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
기능커넥토믹스센터 총 인원 52명 중 26명을 외국인으로 채워야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 출생으로 외국인 국적을 가진 연구원을 포함해 16명만이 채용됐다.
우수 외국인 박사후 연구원(포닥)을 유치하기 위한 ‘RA(Research Associate)’ 프로그램은 올해 30명이 목표이지만 현재까지 입맛에 맞는 인력을 찾지 못해 9명만을 선발했다. KIST는 RA를 통해 미국 또는 유럽 지역 우수 포닥을 채용한다는 목표였지만 선발된 9명은 대부분 인도·중국인이다.
김명수 KIST 대외협력부원장은 “미국의 경우 교수들이 안식년을 사용해야 하는데 WCI처럼 5년짜리 프로젝트를 위해 현지의 일을 그만두고 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RA는 미국이나 유럽 인력이 여의치 않아 높은 연봉을 조건으로 러시아 연구원 채용을 시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KIST 외에 연간 25억원의 소규모 예산으로 WCI 사업을 추진하는 핵융합연구소와 생명공학연구원은 각각 필요 인력 수급을 완료했지만 한국 내 상주 인력은 소수이고 인건비가 따로 들지 않는 해외 거주 공동 연구자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박서령 핵융합연구소 팀장은 “WCI의 경우 센터장의 한국 의무 체류 기간이 120일 이상으로 정해져 있는 등 상주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기 때문에 교수급 인력은 사실상 오기가 어렵다”며 “참여연구원 형태가 아니라 현지에 거주하면서 한국을 오가며 연구를 진행하는 공동 연구자를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해외 연구 인력에 대한 몸값은 상승하는 추세다.
김명수 KIST 부원장은 “기능커넥토믹스센터 조지 어거스틴 교수의 경우 원하는 만큼의 연봉을 준다”며 “RA의 경우도 높은 연봉을 조건으로 내걸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 포닥보다 훨씬 높은 4만달러 수준으로 연봉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표>출연연 해외 인력 수급 현황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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