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만큼 콘텐츠와 하드웨어 융합이 동시에 화두가 된 해도 드물것이다.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상반기에 전 세계 영화계 흥행기록을 바꾼 3D영화 ‘아바타’가 있다. 오래 전부터 놀이공원에서 접할 수 있었던 3D 기술이 걸출한 콘텐츠를 만나 3D전용 극장, 안경, TV 등 융합형 하드웨어를 만들어냈다. 얼마 전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 게임박람회 E3에서는 닌텐도가 3D 기술을 적용한 3DS를 선보이며 여타 경쟁자들을 제치고 E3 2010의 승리자로 우뚝 올라섰다.
한편 하드웨어 측면에서 시작된 융합은 아무래도 애플의 ‘i’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매력적인 디자인의 하드웨어와 아이튠즈, 앱스토어로 발전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는 사용자 습관을 비롯해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면서 수많은 콘텐츠를 양산해내며 더욱 강력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PC 게임인 ‘콜오브듀티-모던워페어2’가 첫 출시일(2009년 11월 10일)에만 4억160만 달러(한화 446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사상 영화, 책, 음반과 같은 모든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포함해 출시 후 24시간 동안 가장 빠르게 판매된 콘텐츠로 지난 4월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런 결과는 영화적인 게임 시나리오와 이러한 시나리오를 전개할 수 있게 하는 하드웨어 융합의 승리라고 생각된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 콘텐츠 중에는 이렇게 이슈화되고 놀라운 기록을 내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콘텐츠 제작환경이 어렵고, 문화가 덜 정립됐으며, 다른 나라의 개발자보다 창조적이지 못하다는 등의 이야기는 잠깐 미뤄두도록 하자.
창조적인 융합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산업 내에서만 창조성을 추구하는 근시안적인 활동보다 IT 하드웨어 산업에까지 좀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정부 및 유관기관에서도 지속적으로 IT 하드웨어 업계와 콘텐츠 업계 사이의 인사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유도해 창조적인 융합콘텐츠가 제작될 공감대와 기반 환경을 조성했으면 한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캐릭터업계는 이러한 IT 하드웨어와 콘텐츠 간의 융합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라고 생각된다. 캐릭터는 인기 캐릭터로 성장시키는 초기 비용을 제외하면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생산과 유통의 규모가 증가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한계생산비가 급속도로 하락하는 산업이다. 이윤 창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미래형 지식산업이라는 뜻이다. 2000년 웹 기술을 바탕으로 등장한 캐릭터 ‘뿌까’는 ‘플래시’라는 새로운 저작도구와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를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세계 150여 개국에 진출해 매년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벌어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캐니멀’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해 애플의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은 물론이고 여러 신기술이 포함된 콘솔기기, 3DTV 등을 포함한 뉴미디어에 접목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새로운 10년을 위한 준비로 콘텐츠 융합을 지속적으로 실행해나가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와 하드웨어는 누가 누구를 따라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융합하고 보완하는 관계로 더욱 더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최근의 흐름에서 보여지는 콘텐츠와 하드웨어의 융합 콘텐츠를 통해 우리 업계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창조적 융합콘텐츠가 앞으로 우리의 10년을 지탱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업계와 하드웨어 업계가 지혜를 모아 서로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콘텐츠 강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닦아 나갔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김유경 부즈클럽 사장, calvin@vooz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