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로그에서도 테러와의 전쟁 중?

미국 정부가 지난 9·11 사건 이후 광범위하게 진행 중인 ‘테러와의 전쟁’이 블로그에까지 닿았다.

MSNBC, C넷 등 외신은 7만명 이상의 블로거가 운영 중인 일부 블로그가 사용자에게 어떤 공지 없이 폐쇄돼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21일 보도했다.

이번에 폐쇄된 블로그 대부분은 ‘테러’나 ‘알카에다’ 등과 관련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이들 외신은 전했다. 폐쇄된 블로그의 수는 수만개에 달하며 버스트넷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블로거가 대부분이다.

이번 폐쇄 사태에는 미국 연방조사국(FBI)의 지시가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트넷의 조 마르 기술이사는 “지난 9일 FBI는 최근 ‘정보의 자율적인 긴급 비공개 폐쇄’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회사에 보냈다”며 “법적명령을 통해 모든 홈페이지 폐쇄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FBI가 공문에서 “웹호스트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회원들의 블로그가 테러와 연관한 내용에 해당되면 자율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0월 예멘으로 이사한 사미르 칸(24) 미국 북부 캐롤라이나 출신 남성은 블로그에서 ‘엄마 주방에서 폭탄만드는 법’, ‘역량있는 테러리스트 선발 방식’ 등의 내용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 중이라고 FOX뉴스는 보도했다.

FBI는 C넷과의 인터뷰에서 “이들 서버에서 알카에다가 미국 시민의 이름을 타깃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며 “오사마 빈 라덴과 다른 테러리스트 기구의 수장으로부터 온 메시지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로거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테러 관련 내용이 아님에도 일방적으로 자신의 블로그가 폐쇄돼 곤란을 겪고 있는 사용자들은 해당 회사에 항의 중이다. ‘민주주의와 기술을 위한 센터’ 등의 단체들도 FBI는 웹사이트에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제거하거나 내리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애국법의 광범위한 적용이 표현의 자유 등을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 모리스 민주주의와 기술을 위한 센터 센터장은 “완벽하게 무죄인 블로그들이 문을 닫은 경우도 있다”며 “자신의 사이트가 폐쇄된 블로거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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