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CEO, 스타일 따라 신사업도 다르다

신규 사업을 전략적으로 발굴, 성공시켜 빠른 매출 성장과 높은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휴대폰 부품업체들이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경영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처럼 이들 기업도 제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린다. 후방 산업을 적극 공략해 부품 수직계열화를 추구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아예 세트산업에 진출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업체도 있다.

◇후방 산업 수직계열화로 원가 경쟁력 강화 타입=대부분의 부품 업체들이 신규 사업을 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이다.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빠르게 신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수의 기업이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시장 상황에 유효한 전략이다.

디지텍시스템스는 터치스크린 소재 수직계열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이다. 모듈 사업을 시작으로 투명전극(ITO) 필름, 감압식 터치 IC 등의 소재 수직계열화로 원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였다. 최근에는 강화유리, 접착필름(OCA)까지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터치스크린 산업에서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이환용 디지텍시스템스 사장은 “소재 수직계열화는 원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공급망관리(SCM)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며 “SCM을 통해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회가 있으면 어떤 사업도 마다하지 않는 타입=작은 규모의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중소기업이 신사업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전략이다. 여러 사업에 미리 발을 담그고 있다가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투자가 여러 곳에 분산되기 때문에 여러 위험 요인을 감수해야 한다. 국내 부품 업체 중에는 이런 타입이 드물다.

휴대폰 카메라모듈, 안테나 업체인 파트론이 구사하는 전략이다. 파트론은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부문만 해도 LED, 광 마우스, 백라이트유닛(BLU), 지자기센서, 마이크로폰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신규 사업에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파트론 김종구 사장이 과거 삼성전자, 삼성전기에서 기술적, 재무적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김 사장은 기업 가치 평가 등 M&A에 필요한 핵심 프로세스를 직접 다룰 정도로 기술과 재무 지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CEO다.

김종구 사장은 “M&A 후 핵심인력 이탈을 막고, 유동성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면서 “생각보다 세밀한 운영이 필요한 전략이다”고 말했다.

◇전방산업 진출로 영역을 파괴하는 타입=부품에서 벗어나 아예 세트 사업으로 진출해 기회를 창출하는 기업도 있다. 세트산업은 영업, 유통 등 여러 업무를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시장 상황을 잘 이용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서원인텍은 다른 키패드 업체들이 터치스크린으로 사업을 전환한 것과 달리 와이브로 단말기, LED 헤드램프 등 세트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와이브로 단말기는 중동, 러시아 등 신흥국가 통신 업체들과 성공적으로 거래를 진행하면서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 또 안전 기준이 까다로운 산업용 헤드램프 기준을 통과해 관련 매출도 기대되고 있다. 2세 경영자인 김재윤 사장이 신규 세트사업 확보에 관여했다.

김재윤 서원인텍 사장은 “다른 키패드업체들이 잇따라 터치스크린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보고 터치 시장이 레드오션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면서 “기존 부품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와 개발 역량을 활용하면 세트사업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