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어 인터넷주소 전문업체 넷피아(대표 이판정)가 이달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벤처가 한 분야에서 15년을 영속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 의미있는 일은 5년 만에 모든 인터넷망에서 한글인터넷주소 사용이 가능하도록 통합을 이뤘다는 점이다. 통합은 넷피아가 다시한번 도약할 수 있는 밑바탕이다.
넷피아는 지난 1999년 9월1일 세계 최초로 한글인터넷주소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 주소창에 한글로 입력해도 원하는 사이트로 연결되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국내에서 사용자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자국어 인터넷 주소체계는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2003년 UN 주관 세계정보화사회정상회의(WSIS) 등에서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해결책으로 논의됐으며, 넷피아 임원이 UN 산하 인터넷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통신사들이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중단하고, 넷피아의 경쟁업체들도 등장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특히 KT와의 계약해지가 타격이었다. 이후 활성화되던 한글인터넷주소 사업은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이판정 넷피아 사장은 “지난 5년간 한글인터넷주소 시장이 10분의 1로 위축됐다”며 “주소창에 한글을 입력하는 횟수가 2003년에 1일 3000만 쿼리가 나왔는데, 현재는 10분의 1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시 상황이 달라졌다. KT를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 LG 유플러스까지 주요 통신3사와 모두 계약을 맺었고, 티브로드 등 지역 케이블 사업자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모든 통신망에서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다시 마련된 것이다.
이 사장은 “올해 상반기는 주소 통합 위해 노력했는데, 이는 시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인프라와 같다”며 “쿼리가 증가하고 있어 연말이면 1000만 쿼리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에서 한글인터넷주소가 활성화되면 내년부터는 해외 진출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영어권을 제외한 국가들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자국어인터넷주소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전개할 생각이다.
모바일 시장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 넷피아는 상반기에 한글 초성만 입력해도 웹사이트로 연결할 수 있는 아이폰용 브라우저를 개발했다. 조만간 안드로이드용 브라우저도 개발이 완료되면 프로모션을 시작할 계획이다.
◆인터뷰-이판정 넷피아 사장
“지난 5년간 아픈 기억이지만, 회사가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보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체질을 강화했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든 만큼 새롭게 도약하겠습니다.”
이판정 사장은 15주년을 맞는 올해를 넷피아 재도약의 원년으로 꼽았다.
이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도 설립후 15년이 지나면서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다”며 “넷피아는 글로벌 네임서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글인터넷주소 활성화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한글인터넷주소 시장 규모는 연간 약 5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검색에서 링크로 연결되는 키워드광고 비용은 연간 1조원에 이르고 있다”며 “만약 한글주소 같은 기억하기 쉬운 웹사이트 연결 다리가 활성화된다면 중소기업은 키워드 광고 비용 중 연간 약 9500억원을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재투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만 중소기업이 1명만 더 고용해도 30만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는 것.
이 사장은 “넷피아는 앞으로 한글인터넷주소의 재활성화를 통해 한국 인터넷 시장의 선순환 구조 형성과 우리나라가 세계 자국어인터넷주소의 종주국이 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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