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비상이다. 올해 1~4월 총 에너지소비는 전년대비 10.2% 증가했고 이에 따른 에너지수입량도 전년대비 6.3% 증가했다. 경기회복 및 투자확대로 산업 부문 에너지소비가 11.7% 증가했고, 이상저온 등으로 난방수요가 증가하면서 건물 부문(가정·상업)의 에너지소비가 9.7%나 늘었다.
무엇보다 여름철 경기, 날씨여건 등의 변화에 따라 연초 전망(4.6%)보다 에너지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겨울 이상저온과 함께 여름 더위도 전년보다 빠르게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1~10일 중 30도 이상 기록한 날수만 봐도 전년도 0회에서 올해는 5회로 크게 늘었다. 기온변화가 평년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상고온 발생빈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어컨 사용 빈도가 늘어나 가정·상업 등 건물부문의 에너지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최대 전력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749만㎾(11.8%) 증가한 7070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각종 냉방기 사용이 집중되는 기간은 여름철 2~3주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집중적인 전력 사용으로 순간 최대전력 수요가 증가해 공급이 감당하지 못해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거창한 뜻은 아니더라도, 당장 국가적으로 위기상황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에너지절약이 절실하다. 그리고 다시 불붙은 경제성장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가정·상업 등 민간부문에서 먼저 에너지절약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에너지 고효율 제품 사용 및 대기전력 차단은 필수=에너지절약에 필수 아이템은 바로 에너지 고효율 제품이다. 정부는 가전제품에 에너지소비효율등급라벨을 부착하고 있으며 이 라벨에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및 월간소비전력량 등이 표시돼 있다.
특히 정부는 이달부터 보다 쉬운 고효율제품 선택을 위해 ‘연간에너지비용’을 표시하도록 했다. 냉장고·세탁기 등 13개 주요 가전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를 통해 소비자가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뿐만 아니라 실제 전기요금 절감효과까지 파악할 수 있게 돼 실질적인 고효율기기 보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전 구입 시 에너지소비효율등급라벨의 연간에너지비용을 확인하는 센스를 꼭 갖춰야 한다는 것.
이와 더불어 대기전력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컴퓨터·TV 등 사무·가전기기는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대기상태에서도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대기전력 소비량은 상당히 많으며, 복사기의 경우는 전체전력소비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무기기는 근무시간 내내 켜 있지만 사용시간은 많지 않기 때문.
TV의 경우도 전원을 꺼도 플러그가 전원에 연결돼 있으면 일정부분의 전력은 소모된다. 이렇게 대기시간에 버려지는 에너지비용은 우리나라 가정·상업부문 전력사용량의 10%를 넘는다. 대기전력만 잡아도 여름철 전력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정부의 대기전력저감프로그램에 등록된 대기전력저감우수제품(에너지절약마크제품)을 고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자동적으로 슬립모드 등의 최소 전력모드로 전환돼 에너지를 절약한다. 또 노란색으로 ‘대기전력저감기준 미달’이라는 경고 표시가 붙어있는 가전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 편이 에너지절약에 도움이 된다.
특히 정부가 올 7월부터 연결기기의 작동 등을 감지해 대기전력을 자동 차단하는 ‘자동절전멀티탭’ 또는 ‘대기전력자동차단콘센트’ 보급에 나서고 있다. 연결된 기기의 전원(대기전력)을 3분 이내(연결기기 안정화 시간 고려)에 차단하고, 대기전력 차단 시 소비전력 1W 이하로 만들어주는 똑똑한 제품이다. 에너지절약은 해야겠지만 매번 플러그를 뽑거나 멀티탭 스위치를 끄는 수고가 귀찮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면 에코드라이브로=에너지절약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에코드라이브’를 선택하면 된다.
정부는 도로교통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코드라이브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에코드라이브 활성화 계획이 원활히 추진되면 2020년 기준 연간 온실가스를 389만t 감축하고, 6조6000억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코드라이브는 적정 속도(60~80㎞) 유지, 급출발·급제동 자제, 공회전 방지차량 중량 최소화, 적정 타이어 공기압 유지 등을 통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경제운전을 의미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교통 소통이 원활한 도로를 주행할 때에는 급가속을 줄이고 느긋하게 운전(가속을 자주 하지 않거나 가속을 급하게 하지 않음)하는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에코드라이브의 수칙은 첫째, 급발진과 급제동을 피해야 한다. 급가속을 20% 줄이면 100㎞를 주행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은 3.5㎏이 줄고, 연료는 1.3ℓ가 절약할 수 있다.
둘째, 변속기의 중립(N)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차에 속력이 붙거나 내리막길에 들어설 때 변속기를 중립(N)에 놓으면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운행 상황에 따라 잘 활용 할 경우 20%의 연비를 절감할 수 있다.
셋째, 운전 중 30초 이상 차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엔진을 끄고 있는 것 좋다. 여름과 겨울철에 공회전은 연료를 소비시키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엔진을 끄기 전 차량 전력을 사용하는 기기들의 플러그를 뽑아 엔진부하를 줄이고, 고속도로 주행 시 창문과 썬루프를 닫고 공기저항을 최소화 하는 등의 간단한 방법으로도 에코드라이빙을 실천 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전국 주요 도시와 간선도로 등에 ‘에코드라이브 시범도로’를 운영할 계획이며, 이번 달부터 경북 상주에 위치한 교통안전공단 체험센터에서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와 운전강사, 관공서 및 기업체 운전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에코드라이브 체험과 이론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 버스와 택시·화물자동차 등 자동차 운행을 많이 하는 운수업체를 대상으로 에코드라이브 관리시스템을 개발해서 보급하고, 표준화된 에코드라이브 장비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에너지절약, 탄소캐시백 혜택 받으며 즐겨라=에너지절약은 귀찮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절약을 통한 비용절감은 물론 이를 통해 줄인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해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인식 제고와 에너지 고효율·온실가스 저 배출 제품으로 자발적인 소비행동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탄소캐시백’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탄소캐시백카드 보유자가 에너지절약형 저탄소제품(고효율제품, 대기전력저감제품 등) 구매 시, 인센티브로 판매액의 일정비율을 탄소캐시백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구매자는 이 적립된 포인트를 제품 재구매 또는 대중교통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시범사업 착수 이후 총 28개기업(기관), 18개품목 185종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총 3000만포인트가 적립됐고, 올해 총 3억포인트 적립이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효율적인 제도 확산 추진에 나서고 있어 탄소캐시백의 활용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탄소캐시백(지경부), 탄소포인트제도(환경부), 지방세종합정보시스템(행안부)과의 시스템 연계로 탄소포인트와 전자고지납부로 절약되는 예산을 탄소캐시백으로 전환 제공할 방침이다.
또 조달청 업무 협조를 통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내 입점해 있는 탄소캐시백 제품에 표기를 추진해 공공부문 우선구매 등 참여를 촉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운영사 및 포인트 사용처 확대를 통한 고객편의를 도모한다. 현재 주운영사 및 포인트 사용처가 한정돼 소비자들의 불편하기 때문에 GS포인트·롯데카드·BC카드·신한카드 등을 주운영사 또는 운영사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중교통, 민원수수료, 문화시설 이용 등 포인트 사용처를 확대해 탄소캐시백 이용 고객에 편의도 제공할 예정이다.
도경환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은 “올 여름은 더위가 일찍 시작되면서 전력사정이 어렵다”며 “각 가정·사무실에서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등 에너지절약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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