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외국인들이 보는 북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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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S&P의 데이비드 비어스 정부신용평가그룹 글로벌헤드는 천안함 사태를 놓고 최근 “한국의 대북리스크가 이론적인 이슈가 아니라 실질적 안보 이슈라는 점을 보여 준다”고 했다. 외국인의 북한 리스크에 대한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국의 국가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른바 북한 리스크를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먼저 북한체제가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이다. 통일 독일과 같은 상황이 갑자기 발생할 경우, 한국의 경제적 부담은 순식간에 늘어날 뿐 아니라 한국경제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통독 당시 동서독 간의 경제력 격차는 4 대 1 정도였으며, 동독은 동구권 국가들 가운데 가장 잘사는 나라였고, 서독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자랑했다. 통일 이후 독일은 아직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외국자본의 입장에서 통독의 사례를 본다면 남북한의 통일 상황을 우려할만 하다. 다른 하나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다. 서해안 지역에서는 1999년 이후 세차례나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 이번에는 북한의 일방적인 군사적 공격이 있었다. 앞으로도 언제 어떻게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자본의 시각에서 볼 때 한반도는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길수도 있다. 특히 천안함 피격사건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질 것이다.

북한 리스크는 한국시장에서의 자본조달 비용을 높이게 한다. 한국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게 한다.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자본 역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한국에 진출하려 한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가 작동하면 예외 없이 한국의 주식시장은 일순간이라도 출렁이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찾곤 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누적될수록 자본조달 비용은 보이지 않게 올라가게 된다. 국가신용등급이 한 두단계 더 올라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리스크로 인해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 외국자본운영사들이 한국을 빈번하게 방문하고 있는데, 북한 리스크를 점검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기존의 리스크 회피방식에 변화를 줘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듯하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현재와 같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남북간 경제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훨씬 큰 불이익일 것이다. 남북분단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북한이 존재하는 한 북한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경제의 파이가 커지면 커질수록 북한 리스크에 따른 파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북한 리스크를 피할 수 없고 피하려 하면 할수록 궁색해진다면 북한 리스크를 역으로 이용할 방법을 생각해 보자. 북한 리스크 때문에 한국경제는 실제보다 저평가되어 있고, 이 때문에 투자하기 좋은 곳이라는 점을 적극 세일즈하면 어떨까. 남북 간에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오히려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제시해 보자. 남북한에 군사적 긴장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는 점들도 자신있게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통일은 한국경제의 후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도약을 가져올 것이라는 미래청사진도 그려봄직하다. 그러면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북한문제를 관리하고 다뤄야 할지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북정책 3.0시대를 기대해 본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seridys@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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