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 `빅뱅`]<1부-1>클라우드 컴퓨팅 ‘빅뱅’은 이미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클라우드’에 베팅했다. 70% 직원이 클라우드 관련 업무를 한다. 이는 1년 내에 90%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스티브 발머 MS CEO, 2010년 3월 미국 워싱턴대학 강연)

“‘구름(클라우드)’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데이터센터의 경계가 사라진다. 스토리지를 비롯한 IT환경을 바꿔놓을 것이다. (조 투치 EMC CEO, 2010년 5월 미국 보스턴 ‘EMC 월드 2010’ 현장)

클라우드 컴퓨팅 ‘빅뱅’은 이미 시작됐다.

주요 글로벌 IT기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주요 사업 테마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고 시장 선점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IDC, 가트너 등 시장조사기관도 2~3년 전부터 매년 클라우드 컴퓨팅을 그 해의 주요 IT 이슈로 선정했다.

2008년 이후 벌어진 글로벌 경제위기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허황된 미래 기술이나 마케팅 용어가 아닌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키워드로 자리 매김시켰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장점은 크게 효율성과 비용절감 두 가지로 대변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가 단말기에서 대량의 IT인프라에 이르는 모든 IT자원을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의 경우 어느 범위까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IT 인프라 및 자원 관리에 대한 부담 자체를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미국 사진공유사이트 스머그머그(SmugMug)의 돈 맥에이스킬 CEO는 “더 이상의 데이터센터 운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T인프라 관리에 필요한 시간을 줄여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는 뜻이다.

기업은 기업 고유의 비즈니스 역량 강화에 힘쓰고, IT 부문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IT 부문의 기획과 전략 수립 자체를 모두 외부에 맡길 필요는 없다. 기업은 IT 부문을 통해 원하는 성과와 목표만 설정하고, 복잡한 IT 개발· 구축·운영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무엇을 구매할지 결정한 후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신용카드’만 내놓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셈이다.

비용절감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갖는 중요한 장점 중 하나다. 기업이 일일이 모든 IT 자원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투자규모를 줄일 수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 투자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가령 서버 한 대를 도입한 후 이를 실제로 쓰는 평균 가용량이 서버 CPU자원의 10% 수준이라고 하자. 기업 입장에서는 10% 때문에 해당 서버가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는 1년 내내 비용이 새어나가는 형국이다.

이를 쓴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필요한 IT파워는 종전과 동일하게 이용하면서도 비용은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클라우드 컴퓨팅은 IT공급업계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IT공급업체 차원에서는 두 가지 기회가 온다. 하나는 단순히 HW와 SW를 공급하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직접 고객에제 제공하는 것이다. 서버나 스토리지도 기존의 제품 판매가 아닌 서버와 스토리지가 갖고 있는 ‘파워’를 파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하나는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을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보고 이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이는 제품 판매가 될 수도 있고, 고객에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환경을 갖춰주는 컨설팅이나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어느 형태든 새로운 수요 창출로 이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기업 고객이나 IT공급업체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어떠한 전략적 접근을 취할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기업 고객의 경우 과거 IT아웃소싱의 효과를 놓고 벌어졌던 논란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웃소싱이 반드시 비용절감이나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처럼 클라우드 컴퓨팅 역시 도입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어느 범위까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할지, 추후 서비스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IT공급업체도 마찬가지다. 직접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아니면 클라우드 서비스제공업체를 주 고객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물론 두 가지에 다 초점을 맞추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상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I) 박사는 “각기 다른 기업 환경에 맞춰 효과적인 클라우드 도입 방안을 세워야 한다”며 “단순히 클라우드 컴퓨팅 열풍을 뒤쫓기보다는 이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발 앞서 최상의 판단을 내리는 수요자(기업)와 공급자(IT기업)만이 이미 시작된 클라우드 컴퓨팅 ‘빅뱅’ 속에서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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