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리더]김영태 하이트진로그룹 상무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한지 5년이 지난 올해 하이트진로그룹은 100년 기업을 모토로 전사적인 체질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올 초부터 본격화된 프로세스 개선과 정보시스템 구축 작업을 서두르는 것은 나름의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영태 하이트진로그룹 업무지원실 상무는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경영환경을 ‘영속적 위기의 시대’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우리 역시 오랫동안 1등을 해왔지만 영속적 변화 체질을 갖춰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서 “보존해야 할 경쟁력과 그 외의 것을 구별해 내고 1등 DNA를 갖추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1924년과 1933년에 각각 출발한 진로와 하이트맥주는 모두 오랜 역사만큼 기업문화 곳곳에 뿌리깊은 관행이 있는 만큼 ‘체질변화’가 쉽지만은 않다. 하이트진로는 이에 따라 올 초 업무지원실 산하 업무혁신팀을 신설하고, IT인력 등 60여명의 전담인력과 함께 컨설팅업체, IT업체가 힘을 모아 전사 프로세스 혁신 및 IT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SMART ERP’가 100년 기업의 동력=하이트와 진로 간 문화적 통합 작업은 인수 작업 완료 후 지난 5년간 활발히 추진돼왔다. 그룹웨어 통합과 사보 발행 등을 통해 임직원들 간 소통 채널을 확대해왔다. 김 상무는 “역사와 전통이 서로 다른 두 기업이 만났을 때 중요한 것은 바로 문화적 통합”이라며 “2005년부터 구상한 것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으며, 100년 기업, 그 이후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일환으로 작년 가을 시스템 통합을 결정했다. 여전히 나눠져 있던 양사 업무시스템과 해외 법인 시스템의 분산된 환경이 실시간기업(RTE)으로 성장하는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하이트진로그룹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그룹 차원의 표준화된 글로벌 프로세스와 ‘소통’ 환경을 시스템에 구현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재무〃관리 회계 △인사관리 △생산〃구매 △영업〃물류 부문으로 핵심 과제를 정하고 이에 따른 세부 추진 계획을 세웠다. 본사 15층에 워룸(War Room)을 꾸리고, 임직원 누구라도 찾아와 개선에 대한 제안을 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김 상무는 프로세스 혁신 추진 기간 동안 자필 ‘CIO리포트’도 발간해 전자소식지 형태로 프로젝트 추진 현황을 임직원들에게 전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체질변화에 전 임직원이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김 상무는 “시대에 맞게 목적과 전략이 바뀌어야 하고 시스템도 함께 변화해야 하고 시스템에 프로세스가 묶여서도 안될 것”이라며 “IT를 혁신의 도구로 삼아 ‘브레이크 메이크 브레이크’ 전략으로 주기적인 혁신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상무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증류수를 활용한 소주 등을 필두로 그간 ‘최고의 품질’을 지키며 선두를 지켜왔지만,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품질 지상주의’에만 빠졌다가는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드웨어 경쟁력에 자신만만하다 모바일 시장의 위기를 맞은 국내 휴대폰 업체들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김 상무는 “체계화된 ERP 시스템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낭비요소를 제거해 내적 역량을 강화할 것이다”며 “프로세스 체인별 전략 연계성을 높여 시장 환경 변화에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6월부터 중순부터 시작된 시스템 구축 작업에 앞서 ERP 패키지 선정도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확장성에 중점을 두고 진행했다.

◇모빌리티 강화해 ‘실시간 기업’ 달성할 것=하이트진로그룹이 ERP 구현으로 이루고자 하는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수요예측 기반의 생산계획 수립이다. 시장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고 ERP를 통해 적시 정보 수집과 영업과 생산 정보의 실시간 연계를 가능하게 해 수요예측 정확도를 70%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재고 감축도 가능하게 하고 제품의 물류 현황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ERP를 통해 받아들인 시장의 정보를 R&D 전략과도 연계해, 신제품 출시에 따른 투자비용과 개발기간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 시 요구되는 낭비 원료를 제거하고 개발 일정도 표준화한다. 김 상무는 “전사 프로세스가 눈에 보이게 되면서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업무에도 기여해 그린 IT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모바일 업무 생산성도 한층 강화한다. 올 초 임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메일 등 기본 업무가 가능하게 했으며 더 나아가 스마트폰과으로 영업관리, 결재업무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모바일 오피스 구현을 계획하고 있다.

김 상무는 “애플이나 구글 등 위대한 기업으로 불리는 굴지의 기업들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서 “한 가지는 시장의 움직임을 적시에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한 가지는 기업의 내부와 외부 간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두 가지를 갖추기 위해 프로세스와 IT의 개선 역량을 집중하고 모바일 업무도 강화하겠다는 것이 김 상무의 전략이다.

사실 김 상무는 언론인 출신 최고정보책임자(CIO)라는 보기 드문 경력을 갖고 있다. 매일경제, 경인방송 등을 거치며 기자생활을 한 이후 하이트진로 홍보실을 거쳐 2007년부터 업무지원실을 맡아 업무혁신팀과 IT팀을 이끌고 있다.

기자 생활 이후 번역 및 저서 작업을 활발히 한 경험이 있어 경영학 서적 및 각종 경영이론에도 남다른 이해를 갖고 있다. 이런 경력 때문인지, 더 넓은 안목으로 IT를 바라보고, 시스템 자체 보다 비즈니스를 먼저 생각하는 CIO가 되고 싶다는 것이 김 상무의 바람이다.

프로필

김영태 상무는=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헬싱키경제대학 MBA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매일경제신문 취재기자, 경인방송 보도국 기자를 거쳐 국회의원 선임보좌관으로 재직했다. 이어 하이트맥주 기업문화실장으로 입사해 그룹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았으며, 경영기획본부를 거쳐 현재 진로그룹 업무혁신실에서 업무혁신팀, IT팀과 교육팀을 총괄하고 있다. 마케팅 및 경영 분야 서적을 다수 번역 및 집필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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