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력산업이 ‘경쟁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KDI 용역결과가 지난 9일 최종 발표됨에 따라 10년 이상을 끌어온 진부한 논란이 정리된 셈이다. 미래 신성장 산업의 기틀을 다지고, 미래의 기후변화 대응까지 고려한 폭넓은 안을 제시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경쟁강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1980년대 들어 OECD국가를 중심으로 공기업의 민영화가 대세를 이뤘다. 일본도 전기통신·철도 등 대형 공기업의 민영화를 진행했다. 제1기 공기업 민영화는 1985년부터 1990년까지 나카소네 정권하에서 전신전화공사(NTT)·전매공사(NT)·국철(JR) 등을 특수회사 또는 민영화한 것이었고 제2기인 2001년부터 2005년까지는 고이즈미 정권하에서 이루어진 신동경국제공항공단→나리타국제공항주식회사, 우정공사→일본 우정주식회사로 민영화 등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적업무를 직간접적으로 수행해 오던 특수법인도 90%에 해당하는 148개의 법인을 정리함으로써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약 2조엔의 재정지출을 줄였다.
주요 3공사(NTT·JR·JT)는 지난 20년간 경상이익이 꾸준히 개선되는 등 민영화의 경제적 효과를 보였다. 2004년 기준으로 NTT가 약 8배, JT가 약 5.5배, JR가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JR는 민영화 이후 경상이익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민영화 이전인 1986년에는 경상적자가 약 1조4000억엔이었는데 민영화 후 2005년에는 경상이익이 약 5000억엔으로 개선됐다. 노동생산성도 민영화 시점 대비 NTT가 3배, JT가 2.5배, JR이 1.6배로 향상됐다. 나리타공항은 민영화 이후 국제선 착륙요금을 약 21% 인하하고 경쟁 입찰제를 도입, 하도급 공사비를 15~20% 절감했다. 우정공사도 27만여 명의 상근 공무원을 비공무원화해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국가 재정 운영상의 부담을 완화했다.
이러한 성공요인은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준비에 있었다. 나카소네 정권하에서는 ‘작은 정부 지향’, 고이즈미 정권에서는 ‘관에서 민으로, 국가에서 지방으로’ 등 메이지 정부의 민영화 정신이 지속적으로 계승됐다.
만성적인 적자와 비효율성으로 국민 부담이 가중됐으나 민영화를 거치면서 경영수지가 개선되고 경영효율성이 높아졌다. 부문별로는 요금인하까지 이어져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됐다.
우리나라 전력산업도 경쟁체제를 도입한 이래 초기에는 경쟁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구조개편을 중단하고 진부한 논란만 거듭하는 과정에서 초기의 여러 효과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KDI 용역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정부에서는 머지않아 정책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민영화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일본 공기업의 경쟁체제가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 필요성에 대해 당시 찬반 논쟁에 붙였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논쟁만 하고 있을지 모른다. 진부한 논쟁은 태만과 가난만 후손에게 물려준다. 이제는 무엇이 우리가 살길이며 후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결정을 해야 한다. 전력산업도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소비자 선택권도 넓혀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하고 용역결과를 존중해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나가자. 다가오는 신성장 산업인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이를 이용한 모바일 혁명을 주도해 나가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최정표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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