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천안 유치 논란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1년 6개월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설립 문제가 또다시 입지 선정을 두고 정치 공방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세종시가 아니라 천안시다.

7·28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천안을 선거구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과학벨트를 천안에 유치하는 방안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발단은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가 핵심 공약중 하나로 과학벨트의 천안 유치를 내세우면서부터다. 김 후보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과학벨트를 유치해 지역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여당 후보를 밀어 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9일에는 “지난해 11월 교과부가 전국 18개 도시를 선별해 실시한 과학벨트 입지선정 방안 조사에서 1위에 오른 최적지는 천안인데 야당은 당리당략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야당은 공동 유치위원회에 참여하라”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같은 공세에 민주당은 “도민 분열을 조장하는 야비한 공약”이라고 맞공격했다. 민주당은 과학벨트는 세종시와 별개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충청권 유치를 약속한 공약인데, 여당 후보가 이를 마치 새 공약인 것처럼 내세워 지역 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박완주 후보는 이에 성명서를 내고 “과학벨트의 천안 유치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현 시점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충청권을 분열시키는 꼴만 된다”면서 “충청권이 분열되면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세종시 원안도 놓치고 과학벨트도 잃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 측은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등과 연대해 세종시를 본궤도에 올려놓는데 힘을 모은다는 계획을 앞서 마련한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에 과학기술계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과기계 관계자는 “표심 때문에 정치권이 과학벨트 입지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세종시 같은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초 주장대로 설치를 위한 관련 법안 처리를 우선하고, 입지 선정은 이후로 미루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원점에서 입지를 재선정한다는 입장은 여전하다”면서 “선정 방식과 절차는 법안이 처리돼야 구체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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