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Champ] ④ 바텍, 치과용 X레이장비 7년만에 亞1위

산업용 접고 의료장비로 전환…해상도보다 多화면기술 집중 "병원경영 도움된다" 설득 먹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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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에 있는 치과용 의료장비 업체 바텍 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이 부품 하나하나를 꺼내 들어 대당 1억원을 웃도는 치과전용 CT(컴퓨터 단층촬영장치)를 조심스럽게 조립하고 있다.

바텍 본사에서 만난 박수근 사장은 조립 라인을 가리키며 "치과용 CT와 디지털 파노라마 X선 장비 등 의료장비 14종을 생산하고 있다"며 "특히 디지털 파노라마 X선 장비는 개발한 지 7년 만에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점유율 11%를 차지해 아시아 1등, 세계 5등을 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텍은 치과용 의료장비 업계에서 다크호스로 손꼽힌다. 2003년 5월 치과용 디지털 X선 장비를 처음 국산화했고 세계에서 처음 치과용 CT를 개발한 데 이어 현재 이 분야 글로벌 톱 업체인 핀란드 플라메카와 지멘스 계열사인 시로나(각 점유율 20% 안팎)를 맹추격 중이다.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단 1초 만에 턱과 신경, 이와 잇몸 전체를 촬영할 수 있는 진단장비 등 국내외 특허만 42건에 달한다.



바텍이 진정한 강소기업인 스몰챔프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박 사장은 "노창준 회장의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1992년 4월 창립한 바텍은 당초 산업용 X선 장비 업체였다. 당시 바텍은 수요가 감소하고 있었는데도 LCD 테스터기, 사오정 전화기, 산업용 X선 장비에 집착하고 있었다. 2002년 노 회장은 바텍을 인수해 전 사업을 정리했다. 대신 그는 핵심 기술인 X선 장비 디텍터를 치과용 디지털 장비로 전환했다.

박 사장은 "전 세계 아날로그 방식 필름 X선 장비 개발업체들은 50년간 평온하게 과점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며 "막상 디지털 제품을 만들었어도 기존 수익원을 갉아먹을까봐 필름 제품이 해상도가 월등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쳤다"고 말했다.

노린 것은 단 하나였다. 바텍은 해상도보다는 X선과 입체 영상 등 3가지 화면을 동시에 띄울 수 있는 기술에 집중했다. 1년간 연구에 매달린 끝에 독창적인 소프트웨어를 지닌 치과용 디지털 X선 장비를 개발해 동네 병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박 사장은 "남들이 해상도를 자랑할 때 우리는`여러 화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신뢰하고 다시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홍보했다"고 말했다.

이름도 전혀 들어 보지 못한 기업이 그것도 보수적인 고객인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을 사용하면 경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전략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프로그램 이용 방법을 설명하면서도 이렇게 활용하면 환자들이 더욱 신뢰한다는 근거를 제시했고, 주말마다 CEO 경영 강좌를 개설, 의사들을 초빙해 제품 필요성을 직접 느끼게 했다.

똑같은 방법으로 수출은 200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병원을 상대로 직접 계약을 하다가 즉각적인 AS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잇달아 현지법인을 개설하고 대리점을 확보했다. 현재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10개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독일 프랑스 일본 등 45개국에는 현지 총판과 공급 계약을 맺어 빠른 속도로 판매를 늘리고 있다.

실적은 곧 수직 상승했다. 2000년 5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03년 155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005년 397억원, 2007년 65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법인 매출을 합쳐 1800억원을 돌파했다.

CEO의 날카로운 예측력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꼭 필요한 기술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를 위해 현재 R&D 인력만 90명을 확보한 상태다.

또 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현재 바텍은 지주회사인 바텍이우홀딩스와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바텍, 센서 부품업체인 바텍휴먼레이, 국내 영업 전담 법인인 바텍코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 사장은 "업종은 좁게 선택하고 시장은 넓게 보자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며 "회사를 분리하면 계열사들은 홀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사내에 있는 일부 사업 부문을 독립시킬 구상을 하고 있다.

박 사장은 "치과용 영상장비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며 "우선 2012년까지 디지털 X선 장비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고 계열 통합 매출액도 5000억원으로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매일경제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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