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부품 공급 부족 현상이 소재 등 후방산업에까지 번졌다. 가격도 급등했다. 콘덴서용 필름, 베이스 필름, 부자재용 비철금속 등 수동부품용 소재 가격이 최근 1년 새 30% 이상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함께 세트와 수동부품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관련 소재업체가 생산량을 크게 줄였다가 경기 회복에 따른 세트·부품 수요 급증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부품업체들은 소재 확보에 나섰지만, 물량이 없어 발만 구른다. 가뜩이나 수동부품 공급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는 국내 세트업체에 ‘이중고’가 닥쳤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동부품용 소재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소재·부품·세트업체 간 역학구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최후방산업인 베이스 필름업체들은 세트업체의 판가 인하 압력으로 인해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세트업체들이 부품업체에 판가 인하를 요구했고, 부품업체들은 그 영향을 소재업체에 상당 부분 떠넘겼다.
지금은 가격 결정권이 베이스 필름업체로 넘어갔다. 부품업체들은 비싼 가격에도 물량을 확보하려고 선급금까지 제시하는 실정이다. 도레이·삼영화학·SKC 등 소재업체는 지난해 수동부품용 필름 생산량을 점차 축소하는 대신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제품용 생산 설비 늘리기에 집중했다.
수동부품·소재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어서 수요가 급증해도 공급량을 갑자기 늘릴 수 없다. 소재가 부품보다 생산 유연성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데 수십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도 수개월이 걸린다. 다른 제품 라인을 전환하면 생산량을 늘리는 시간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지만, 이 또한 상당액의 비용이 들고 다른 작업 일정이 흐트러져 소재업체들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지난해 하반기 세트제품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시작된 수동부품·소재 공급 부족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TV에 이어 세탁기·냉장고 등 백색가전용 부품·소재까지 확산됐다.
소재업체들은 7월에 또다시 판가 인상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덴서용 필름 제조업체 관계자는 “세트업체들이 판가 인하로 단기적 이익을 추구해 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며 “가격 교섭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우선 물량이나 많이 달라고 읍소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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