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남아공 월드컵 열기 속에 또 하나의 월드컵이 열린다. 통신 월드컵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4 미국 출시에 맞춰 갤럭시S를 25일 세계에 동시 판매한다. 두 업체의 싸움은 이르면 이달 한국에서도 벌어진다. 대만 HTC가 만든 구글 넥서스원까지 가세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지난 대회와 달라진 게 많다. 우선 출전 팀이 많이 바뀌었다. 2006년 세계 휴대폰 시장을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소니에릭슨, LG전자 등 다섯 회사가 주도했다. 모토로라가 예선 탈락했다. 림이 새로 가세했다. 순위도 바뀌었다. LG전자는 모토로라의 자리인 3위에 올았다. 5위로 추락한 소니에릭슨은 이 자리도 애플에 내줄 처지다.
선수도 바뀌었다. 4년 전엔 중저가 휴대폰이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전체 휴대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으나 이익률이 높다. 노키아는 4년 전과 다름없이 높은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여전히 40%대다. 그런데도 애플과 림의 스마트폰 공세에 맥을 못 춘다. 가격과 이익률이 급감하는 것은 물론 업계 리더쉽도 추락했다. 모바일운영체제(OS)인 심비안 출시를 늦출 정도로 자신감마저 잃었다. 모두 세대 교체에 실패한 탓이다. LG전자도 이 점에선 자유롭지 않다.
게임의 규칙도 바뀌었다. 전통적으로 휴대폰은 사업자 시장이다. 통신사업자가 휴대폰 업체를 선택했다. 이젠 거꾸로 됐다. 휴대폰업체가 사업자를 고른다. 애플은 나라마다 통신사업자를 골라 아이폰을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을 미는 KT에 갤럭시S를 주지 않는다. 심지어 휴대폰업체나 인터넷업체는 통신사업도 할 태세다.
축구 게임에도 유행이 있다. 개인기의 남미 축구와 힘과 조직력의 유럽 축구가 각각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공격수와 수비수의 역할 구분도 뚜렷했다. 요즘 이런 구분이 없다. 모든 선수가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한다. 개인기나 조직력 하나만 있는 팀은 승리하지 못한다. 노키아 휴대폰은 저렴하며, 애플 아이폰은 쓰기 편하다. 삼성과 LG의 휴대폰 성능이 뛰어나다. 저마다 특색을 살려 특정 시장에서 강세를 누렸다. 이젠 달라졌다. 애플은 삼성처럼 하드웨어 성능을 높인다. 삼성은 애플의 사용자 편의에 도전한다.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남이 못하는 확실한 강점을 지니면 이기는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의 강점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다. 돈을 많이 안들이고도 아웃소싱과 마케팅을 잘한다. 비즈니스모델도 기발하다. 노키아는 제품군이 다양해 포트폴리오가 좋다. 삼성과 LG는 사업자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한다. 이런 강점을 유지하면서 경쟁사의 강점을 잘 수용해야 한다. 이런 강점은 점차 희석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조급하게 경쟁사만 따라해선 안 된다. 되레 강점만 빨리 갉아먹는다. 북한의 브라질전 참패가 좋은 예다. 삼성과 LG는 최신 흐름을 읽고 체력을 기르며, 치밀한 전략을 준비하라. 그리고 경쟁자가 방심할 때를 기다려라. 아무리 약한 축구팀도 90분에 한두번 좋은 기회를 잡지 않는가.
신화수 취재담당 부국장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