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영 더디면 경쟁서 밀린다"

 기업이 공급망 관리에 실패하면 수익성 악화와 함께 기업 가치(주가)가 30∼40% 하락한다. 또 고객 의견을 듣지 않은 채 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기술경영 실패의 지름길이다.

 22일 전자신문이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공동으로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국제 기술경영 콘퍼런스 2010’에서 비노드 싱할 조지아공대 교수와 요시카와 도모미치 와세다대 교수가 기조연설에서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

 싱할 교수는 ‘신산업시대 공급망 붕괴 관리 및 도전과제’ 주제발표에서 부품의 조달 그리고 완제품의 적기 소비자 공급이 기업의 기술경영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개발한 기술을 유통망을 통해 제때 효율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최고의 기술이 있어도 유통망 관리에 실패한다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공급망 붕괴 사례로 해외 부품 조달에 실패한 보잉사의 신비행기 모델 개발과 지난해 대량 자동차 리콜 사태를 경험한 도요타를 꼽았다. 싱할 교수는 “공급망 붕괴 1년 전부터 발생 2년까지 경쟁사 대비 주가 하락폭이 32∼40%에 달했으며 수익성도 107%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1000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급망 붕괴 피해규모를 조사한 결과다.

 싱할 교수는 공급망 붕괴를 막기 위해 기업과 협력사·유통망에 이르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측과 실시간 대응체계 구축을 꼽았다. 싱할 교수는 좋은 사례로 월마트를 꼽았다. 월마트는 허리케인과 같은 날씨 재해로 인한 공급망 붕괴를 막기 위해 50여명의 직원을 상시 대기하도록 했으며, 별도의 예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요시카와 와세다대 교수는 기술경영은 ‘최고의 기술’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임을 역설했다. 그는 기술경영을 통한 혁신도 ‘고객의 어려움을 찾아내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요시카와 교수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의 인기를 닌텐도 위(Wii)가 꺾은 것이 “소니는 더 높은 수준의 기술만을 추구했지만 닌텐도는 이용이 쉬운 게임기라는 고객의 요구를 잘 파악해 얻은 결과”라며 “이 영향으로 위(Wii)의 매출은 플레이스테이션3보다 6배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사로 나선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전 농심 회장)는 ‘기술경영 발전방향과 과제’ 주제발표에서 기업 간 기술융합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개발력과 시장창출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기술경영은 단순히 기술개발이나 기술의 완성도 제고가 아니다. 고객과 비즈니스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로 해석해야 한다”며 “기술부터 영업에 이르는 전체를 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희국 LG실트론 사장은 ‘산업융합시대 기술경영의 도전’ 발표에서 “기업이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예상치 못한 고객의 가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준배·황태호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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