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원님 지나간 뒤 나팔 부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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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지식경제부는 모바일 가상화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함께 2013년까지 274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바일 가상화라는 용어가 낯설어 반복해 읽어 보니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에 모바일 기기로도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모바일 기기는 아마도 스마트폰을 말할 테니 결국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컴퓨팅과 데스크톱 가상화 기술을 결합한다는 뜻이다.

 가상화는 컴퓨팅 자원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모바일은 강력한 이동성을 제공한다. 애플 아이폰이 특정 통신사의 구속에서 사용자를 해방시켰듯, 가상화는 컴퓨팅 서비스 사용자에게 특정한 물리적 공간, 특정 단말기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준다. 덕분에 최근 기업들의 정보화 현장에서는 데스크톱 가상화,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오피스가 핫이슈다. 이는 CIO BIZ+ 온라인에서 조회 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경부의 발표에 씁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상화와 모바일이 중요하다는 걸 이제 알았다는 말일까.

 가상화 기술 업체인 시트릭스시스템스코리아에서는 얼마 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단말기로 해 어떻게 인터넷에서 자신의 데스크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시연해 보였다. 상용화 단계의 모바일 가상화를 소개한 것이다. 또 삼성증권은 시트릭스의 기술을 일부 사용해 모바일 가상화 방식의 증권거래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용자 기업이 직접 환경을 개발하는 데 이제야 원천기술 개발 의지를 다지다니.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만큼 중요하니까 이제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원님 행차 지나간 지 언제인데 이제 나팔 부냐고 타박해야 할지.

 대표적 가상화 업체인 시트릭스는 가상화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89년 설립됐다. 경쟁사인 VM웨어는 조금 늦은 1998년에 설립됐다. 뒤늦었다고 해도 13년 된 회사다. 두 회사는 중간에 선로를 바꾼 적도 없다. 그렇게 오랫동안 매달려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했다. 지금 잘나가는 기술 업체들이 누구도 시장을 확신하지 못할 때 이들은 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내공을 쌓아 왔다.

 가만히 지켜보면 최근 정부부처의 원천기술 확보 지원 계획은 이미 시장이 형성된 이후 혹은 되어가는 중에 부랴부랴 발표된다. 왜 우리나라에는 애플이 없는지, 왜 닌텐도 게임기가 없는지 아쉬워하기 전에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 차라리 공개SW(오픈소스) 육성을 외치던 때가 그립다. 적어도 그때는 시장 선점 의지는 있었다. 이미 글로벌 업체들에 선점돼 버린 유닉스, 윈도 기반 애플리케이션 대신, 시장 지배자가 없는 오픈소스 환경이 확산되면 국산 솔루션 업체들이 설 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그래서 정부가 그 기반을 앞서 조성해줘야 한다는 의지는 있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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