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정부’라고 했다. 17대 대선이 끝난 뒤 기업 총수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이런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인들은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환영 논평을 냈다. 이후 ‘비즈니스 프랜들리’는 MB노믹스의 기본 골격이 됐다. 집권초기 정부는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 나섰다.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일명 ‘전봇대’들을 왕창 뽑았다. 전현직 3부요인이나 장관이상 공직자, 국회의원 등이 사용하던 공항 귀빈실도 기업인에게 개방한 것도 이쯤이다.
대통령 임기 절반이 지난 지금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부가 됐을까. 기업인들은 말 그대로 VIP(Very Important Person)가 돼있을까. 전용출국심사대로 직행, 비행기에 오르는 기업인들은 얼마나 되며,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대해 감동하고 있을까.
최근 전경련 조사에서 이명박(MB) 정부 2년의 규제 개혁 추진 성과에 대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만족을 표시했다. 국내 주요 기업 26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기업들은 39.1%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임기 1년 대비 12.0% 포인트 높아졌다. 불만이라는 응답은 9.2%로 작년 9.0%와 비슷했다. 수치만 보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 절반이 넘는 51.7%가 ‘보통’을 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자료는 더욱 흥미롭다. 중기청 기업호민관실은 최근 정부 규제개혁 관련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복수 응답이었지만 대다수는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다(43.4%)’로 답했다. ‘번거롭기 때문(38.4%) ‘꺼림칙해서(29.6%) 도 나왔다. 한마디로 묶으면 ‘어차피 해결되지도 않을 것을 번거롭게 왜 요구하겠는가’다.
기업인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평가는 ‘보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녹색성장을 주도하고, SW기업, IT기업살리기에 매진하는 정부를 왜 중소기업들은 몰라주는 것일까. 현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규제를 개혁하고 있다며 수치를 들이댄다. 대통령이 얼마나 IT기업에 관심이 많으며, 친화적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반문한다. 맞는 얘기다. 공무원들이 밤잠 안자고 IT산업육성정책을 만들고, IT를 전부처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잘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기업과 국민은 정부의 그런 행위를 서류뿐이고 말뿐인 정책이라고 욕을 하는데.
정부 관계자들은 기업인들이 청와대 뜻을, 국민이 정부 뜻을 몰라준다고 불평을 털어놓지 말기를 바란다. 그보다 먼저 기업인의 뜻을, 국민의 뜻을 이해했는가를 돌아보기를 바란다.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지 말고, 진짜 기업이 원하는 것, 국민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먼저 듣고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게 선결되어야만 기업인이나 국민들도 청와대의, 정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똑똑한 자신들을 따라오라고 계몽하는 순간, 대화는 헝크러지기 시작한다. 따라오라고, 너희들은 틀렸다고 말하지 말라. ‘프랜들리’한 정부가 되려면, 이제 국민과 기업의 이야기를 ‘프랜들리’하게 듣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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