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경영과 3차 산업혁명, 그리고 애플’
일본 장기침체 해법으로 프로세스가 아닌 제품혁신을 주창해 주목을 받은 요시가와 도모미치 와세다대 기술경영(MOT) 프로그램 책임교수가 기술경영 시대의 도래를 알리며 강조한 키워드들이다.
요시가와 교수는 중소·벤처기업도 기술경영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유는 하나다. 몰려온 변화의 폭풍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을 ‘3차 산업혁명시대’라고 명명한 그는 “3차 산업혁명의 스타는 대규모 공장이 있는 대기업이 아닌 연구개발형 벤처와 같이 물건을 직접 만들지 않고도 신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 사례로 모바일 혁명을 주도하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들었다. 10년 전 작은 기업이었던 애플이 CEO 주도의 기술경영으로 크게 성공했다.
요시가와 교수는 그렇다고 기술경영을 통한 이노베이션(혁신)이 세계 공통의 트렌드는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 부문의 혁신 60%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난 점을 들었다. 국가나 지역에 따라 기업 경쟁력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차이는 환경에서 비롯한다.
“이노베이션이 일어나려면 특정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정책이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일본이나 한국 정부가 기업의 기술경영 혁신을 위해 무엇을 할지 명쾌하게 모른다는 점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이달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전자신문 주최로 열릴 ‘국제 기술경영 콘퍼런스 2010’에서 자세히 언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업 환경에 적합한 연구개발형 벤처기업이 대거 등장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콘퍼런스에서 ‘기술경영과 기업의 성공전략-21세기 혁신관리’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요시가와 교수는 기술경영 혁신의 결과물이 기존 시장에 나온 제품과 크게 달라야 한다며 애플 아이폰과 한국 김치냉장고를 언급했다. “기존 제품을 새롭게 만들어 내놓으면 절대 비싸게 팔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비싸도 고객이 만족할까, 이것이 바로 이노베이션이며 기술경영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술경영의 출발점도 역시 ‘고객’이라고 말했다. 경영전략인 만큼 기술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새 기술을 도입하고 응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혁신이라면 고객은 ‘고가(高價) 제품’도 기꺼이 만족하며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시가와 교수는 기술경영이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학 비즈니스스쿨의 주요한 과목이 되고, 기업의 채택 방식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3차 산업혁명 도래 속에 기업 간 경영전략 싸움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요시가와 도모미치 교수는…와세다대 이공학부 수학과를 졸업하고 히도쓰바시대학원 상학부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1976년 요코하마시립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세계은행경제개발연구소 객원연구원, 스탠퍼드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등을 거쳐 2003년부터 와세다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로 있다. 1996년부터 일본 벤처이노베이션학회 연구부 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제산업성 경제구조심의회전문위원, 일본신사업지원기관협의회 고문으로도 활약한다. 벤처기업과 기술경영 등 경영혁신 분야에 조예가 깊다. ‘일본 제조업의 부활과 기술경영. 지금 왜 일본에서 MOT인가?’ ‘일본에서의 혁신경영과 MOT 교육’ 등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