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풀뿌리 민주주의와 케이블TV

 요즘 농촌에서는 농번기를 맞아 모내기가 한창이다. 볍씨를 못자리에 뿌리고 적당한 햇볕과 바람을 쐬어주고 수분을 공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싹이 파릇하게 터 나온다. 그런데 어떤 것은 싹이 파릇하지 않고 노랗게 나오는 것도 있다. 이를 ‘싹수가 노랗다’고 하는데 싹수가 파릇하지 않고 노란 것은 아무리 키워봐야 쭉정이가 될 뿐 알맹이가 없다.

 얼마 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지방자치를 풀뿌리민주주의라고 표현한 것은 주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뿌리가 건강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민참여를 보장해서 적당한 햇볕과 바람, 수분, 영양을 공급해줘야 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대구경북SO협의회 회원 방송사들은 이번 6·2지방선거에 선거방송 공동기획단을 구성해 후보자 초청 토론회와 개표방송 등을 진행했고 공동취재단을 운영해 지방선거와 관련된 소식을 발 빠르게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행 선거법이 미디어선거와 정책선거에 역행하고 풀뿌리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선거법은 행정 집행기관의 장인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후보는 5회 이내, 기초단체장은 2회 이내에서 방송연설과 방송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지역구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 후보들이 방송연설이나 광고를 이용한 미디어선거운동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미디어 선거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는 집행부뿐만 아니라 지방의회도 함께 키워야만 발전할 수 있음에도 선거법은 풀뿌리 지방의회의 중요성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지난 선거에서 적지 않은 지역구 광역의원 후보들과 기초의원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방송을 통해 자신의 정책을 알릴 기회가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해왔다.

 현실적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고 대중과 접할 기회가 많은 광역단체장 후보나 기초단체장 후보에게는 미디어선거의 길을 터주고, 대중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의회에는 미디어선거의 길을 막고 있는 점은 불합리하다.

 특히 방송시간이 제한된 지상파방송과 달리 케이블방송사들이 운영하는 지역 채널은 지역 밀착성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올바른 미디어선거, 정책선거를 유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예를 들면, 방송사 주관 후보자 연설은 지상파가 20회에 불과한 반면에 케이블TV는 1만1529회에 달했고 후보자 초청 대담 및 토론회도 지상파 281회, 케이블TV 1625회나 실시했다. 케이블TV가 지상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전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케이블TV 종사자들도 지역 채널의 시청률을 더 높이고 보다 많은 지역 밀착형 콘텐츠 발굴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겠지만, 지역과 가장 밀착되어 있어 미디어선거와 정책선거를 실현하는 대안 매체로 떠오른 케이블TV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정비도 시급하다. 선거법을 개정해서라도 지역 밀착형 대안 매체인 케이블TV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더욱 건강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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