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로호, 원자력을 타산지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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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성대한 협약식이 열렸다. 중소형원자로(SMART) 사업에 참여할 13개 민간기업의 출자 협약식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 3명이 VIP로 참석했다. 며칠전 나로호 폭발의 참담했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협약식은 우리나라가 차세대 먹거리인 중소형원자로 수출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였다. 지난 2008년부터 참여기업 공모에 난항을 겪은 터라 참석자들의 기쁨은 두 배였다. 자연스럽게 지난주 나로호 실패 사례가 참석자 사이에 주요 화제로 등장했다.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나로호가 실패한 시점에서 공교롭게 일본은 7년만에 달 탐사선이 귀환하는 개가를 올렸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실패 속에서 많은 것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0년만에 해외 원전 수출에 성공한 원자력의 사례에 비춰볼 때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우리 힘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오갔다. 경주 방폐장 건설 과정에서 주민 동의를 얻는데 십 수년이 걸렸고 스마트 참여 기업을 모으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어떤 참석자는 “원자력도 50년간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악몽이었죠.” 협약식에 참석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나로호 폭발 이후 사흘간 심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제 악몽에서 깨어났다면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재점검하고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할 때다. 우주개발 18년의 역사와 원자력을 생각할 때 아직 갈 길은 멀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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