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자신문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공동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신정보화 수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스마트 오피스나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정보화 기술 모든 부문에 대해 일반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압도적으로 높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조사결과는 신정보화 기술 인지경로 항목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학술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통한 기술 인지 비율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정보기술(IT) 새 패러다임에 대한 관심 정도도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월등히 높았다.
오늘날의 IT는 기업이 비즈니스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 성장 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업을 영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를 보면 IT에 대한 인식과 도입, 활용에서도 결국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IT 이해를 바탕으로 IT를 활용해 마케팅 활동과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물론 IT를 도입하는 데는 그만큼의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규모의 경제 원리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IT도 부익부 빈익빈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고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다가는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부동산 투자나 물려받은 유산으로 많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투자해 쉽게 자산을 불려가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딱히 자산을 불릴 방법이 없는 것과 같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정부에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돼버렸다. 하지만 IT의 경우는 분명 다르다. PC와 인터넷만 있으면 앉아서도 세계 곳곳의 정보를 접할 수 있고, 1인 방송국도 운영할 수 있으며,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게 바로 IT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IT시스템과 인프라를 도입하고 직원들의 교육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적은 돈과 시간으로도 충분히 정보화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지금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구글 역시 다락방에서 조그만 PC 2대로 오늘날의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신정보화는 상향식(bottom-up)보다 하향식(top-down)으로 높여가야 한다. 즉 최고경영자(CEO)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직원들이 IT에 관심을 높여나가고 IT 부서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강구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정보화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말 것이다.
안호천 CIOBIZ+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