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가 아홉 고비를 돌아 열 번의 하늘 길을 두드렸지만 우주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지난 2002년 100㎏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우주발사체 개발 기간만 8년이 됐다.
나로호는 그동안 발사체 개발을 두고 러시아와의 계약 관계부터 제작, 발사까지 논란이 꾸준히 일었다. 기술 이전을 꺼린 러시아 측이 발사체 제작에 한국 측의 개입을 일절 막아 단순히 돈주고 사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부터, 그럼에도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전략 기술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진단이 나왔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아직 선진국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항우연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우리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65∼70%에 올라와 있다. IT강국답게 구조계(95%)와 전자제어계(85%), 원격측정 명령계(80%) 등의 분야에서는 기술력이 세계 수준에 근접해 있다. 발사체 분야도 우주기술 선진국 대비 70∼75% 수준에 이르러 있다.
그러나 탑재체 분야와 위성정보 및 임무 활용 분야는 우주기술 선진국 대비 각각 50∼60%, 50∼70% 수준이다. 액체엔진 분야도 선진국 대비 60∼70%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발사체 기술 개발에 관한 한 다소 뒤떨어지는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은종원 남서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나로호가 9전 10기한 일은 부품의 품질보증 체계가 자리잡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단언했다. 우주 개발은 잘못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무결점을 지향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완벽에 가까운 품질보증 체계 확립은 기본이라는 것.
그는 또 “미항공우주국(NASA)과 일본우주항공개발기구(JAXA) 등을 보면 모두 조직을 통합해 운영 중”이라며 “통신해양기상위성만해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여러 기관이 관여하고 있듯이 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우주개발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사체 제조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익명의 한 항공우주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나로호 발사체를 조립 생산할 기술 사용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애초 계약에는 액체연료, 발사체, 관제기술을 이전받기로 했지만 일부 사소한 지상 설비를 제외하면 현재 미결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사용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적지만, 확보하더라도 러시아 기술을 우리 토양에 맞춰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싼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속사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월등한 발사체 기술을 가진 러시아의 군용 로켓은 생산비가 비싸 국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흐르니체프를 통해 세계 시장 진출 목적으로 ‘앙가라’ 개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나로호는 바로 이 앙가라 계획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항우연은 오는 2018년까지 국산화된 나로호 2호인 ‘KSLV-II’를 개발할 계획이다. 당장은 나로호 실패 원인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우주 개발 정책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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