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추락]해외 실패 사례

돌이켜보면 해외에서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주 강국이라 불리는 선진국들도 과거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실패를 겪어 왔다.

나로호와 같은 첫 우주발사체는 산술적으로만 봐도 성공 확률이 27.2%에 불과하다. 발사를 시도한 11개 국가 중 첫 발사에서 성공의 기쁨을 맛본 나라는 구소련(1957), 프랑스(1965), 이스라엘(1988) 3개국 뿐이다. 뱅가드(미국)·L-4S(일본)·블랙어로우(영국)·유로파(유럽)… 실패한 각 국 첫 우주발사체의 이름이다.

첫 발사가 아니더라도 기술 수준이나 경험과는 무관하게 발사가 연기되거나 멈추는 일은 빈번하다. 특히 기상조건은 무엇보다 자주 우주의 문을 닫아버리는 장애물이다. 악조건 하에서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했다가 참사를 부른 경우도 있다. 끔찍한 폭발 장면과 함께 7인의 탑승 우주비행사가 전원 사망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고는 기술적인 결함과 혹한의 날씨가 부른 비극으로 악명이 높다.

1987년 3월에 미국이 발사한 ‘아틀라스G’는 발사 49초 후 번개에 맞았다. 이후 발사체의 유도 메모리가 리셋되고 비정상 기동을 하면서 발사체가 부서지기 시작했고, 발사 70초 시점에서 지상 명령에 의해 파괴됐다.

발사체는 극도로 정밀한 설계로 이뤄져 단 하나의 시스템 문제도 실패로 귀결된다. 1996년 유럽이 쏘아올린 ‘아리안5’는 첫 발사 36초 후 급격히 궤도를 이탈하다 공중 분해됐다. 비행 소프트웨어의 수치 오류로 인해 잘못된 명령이 동체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같은 해 중국의 ‘CZ-3B’ 역시 관성 기준 플랫폼이 기울어지면서 정보 판단에 오류를 일으켜 발사 22초 후 지상에 추락해 버렸다.

우주강국 러시아나 오랜 우주 개발 역사를 지닌 일본도 최근까지 실패를 맛봤다. 지난 2002년 러시아의 발사체 ‘소유즈11A511U’는 발사 후 29초만에 폭발해버렸다. 연료펌프 시스템의 과산화수소라인 오염에 의한 엔진 폭발이 원인이었다. 이보다 일 년 뒤 일본의 ‘H-IIA 6’은 발사 준비 과정에서 자세 계측장치 내의 전압변환기 동작 불안정으로 잘못된 신호가 발생, 발사 직전에 중단한 경험이 있다. H-IIA 6호기는 같은 해 11월 29일에 있었던 재도전에선 고체로켓 부스터 분리 실패로 인해 결국 예정된 위성 발사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지상 명령으로 파괴됐다. 고체 부스터의 디자인에 사소한 문제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