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인터뷰―김준호 교보생명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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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교보생명 정보시스템실장(상무)

현재 보험업계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연고에 의한 상품 판매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로 인해 고객 중심의 합리적인 가치를 제공해야만 상품판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금융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것도 보험사들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보험상품 자체도 단일 상품이 아닌 복합 상품이 많아졌고 판매 채널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영업이익률과 상품의 질을 동시에 높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보험업의 이런 변화에 따라 IT부서의 역할도 비즈니스 성과 극대화를 위해 유기적이고 합리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김준호 교보생명 정보시스템실장(상무·CIO)은 “상품 출시가 빨라지고 복합상품이 많아짐에 따라 IT의 지원 업무 역시 더욱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며 “이로 인해 다양한 판매채널에 특화된 판매자동화 시스템과 멀티채널통합 시스템도 운영해야 하는 등 정보시스템이 점점 더 방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우수고객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한 후 이에 걸맞은 전략을 세워 타깃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사 통합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김 상무는 이런 모든 것들이 IT와 관련된 이슈들이며 시간이 갈수록 IT는 점점 더 큰 도전사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IT거버넌스 체계 확립=이런 과제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성과 극대화를 위한 정보시스템뿐만 아니라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IT 전략이 필요하다. 교보생명은 이를 위해 일찍부터 IT거버넌스 체계 확립에 힘써왔다.

 김 상무가 2002년부터 5년 넘게 IT전략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제일 주력한 것도 바로 교보생명에 IT거버넌스 체계를 뿌리내리는 일이었다. IT거버넌스 체계 확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제대로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한 기업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벤치마킹에도 애를 먹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년간의 노력 끝에 조직운영, 투자의사결정, 투자성과관리, IT 서비스 제공, IT 리스크 관리 등의 영역에 걸쳐 IT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다. 현업과 정보시스템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BR(Business Relationship) 조직과 정보시스템 운영 전반에 대한 IT부서 자체 감사제도인 IT감사인 제도도 이때 생겨났다.

 또한 다음 해에 진행될 IT 프로젝트에 참여할 현업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미리 교육하는 PMP(Project Manager Professional) 과정도 신설해 현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끔 했다.

 2003년엔 IT 투자의 의사결정 협의체인 정보화협의회를 만들었다. 분기마다 개최되는 정보화협의회는 CIO를 비롯해 현업 임원들이 참여하며 위원장 역시 현업 임원이 맡고 있다. 교보생명은 정보화협의회를 통해 현업의 IT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주요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김 상무는 “2003년 처음 회의를 소집했을 당시 20명의 참석 대상자 중 실제 참석한 사람은 단 2명이었다”고 상기했다. IT는 어디까지나 IT부서만의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 상무는 이런 부분이 IT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도전사항이었으며 이를 통해 깨달은 바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오히려 현업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해당 임원이 참여를 기피하고 자기 부서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지 않으면 결국 해당 부서에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기업 문화가 달라진 것이다.

 교보생명은 매월 주요 정보시스템의 운영리스크를 계량화해 측정하고 예방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 역시 IT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하면서 갖추게 됐다. 교보생명은 14개 항목에 대해서 리스크를 측정하고 정보시스템 운영 시 생길 수 있는 리스크 항목과 시스템에 미치게 될 영향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 리스크관리는 김 상무의 주요 성과 목표에도 포함돼 있다.

 ◇신 시스템 구축은 현업 주도 하에 단계적으로=김 상무는 IT거버넌스 체계 확립 외에도 IT인프라 토털 아웃소싱을 준비했던 과정도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한국IBM과 10년간 3300억원 규모로 추진 중인 IT인프라 아웃소싱은 당시 국내 최대 규모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IT 아웃소싱이 성공하려면 아웃소싱을 맡기는 사용자 기업의 기술 이해 수준이 서비스 업체만큼 높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떡은 떡집에서 만들더라도 떡을 만드는 과정과 작업에 대한 지식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상무는 “인프라 아웃소싱을 추진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도전사항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2004년부터 IT인프라 아웃소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아웃소싱이 일반화 돼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교보생명 만큼 대규모 IT인프라 토털 아웃소싱 사례는 더더욱 드물었다. 딱히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를 찾기도 힘들었다. 김 상무는 “우리가 왜 아웃소싱을 추진하는지,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심도 있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외에도 내부 인력들의 한국IBM으로의 이관 문제에 따라 내부 동의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30명의 내부 인력이 한국IBM으로 이관됐고 2006년부터 주전산기, 네트워크, 전산센터, 재해복구 서비스 등의 영역에 대해 IT 아웃소싱이 실시됐다. 고생은 많았지만 현재 교보생명의 IT 아웃소싱 사례는 IT 아웃소싱을 계획 중인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퇴근연금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을 대폭 확대 구축 중이다. 또한 그룹웨어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애플리케이션 품질 향상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김 상무가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신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교보생명은 차세대라는 말을 쓰지 않고 V3(버전3)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차세대라는 용어 자체의 의미가 뚜렷하지 않고 차세대 시스템도 시간이 지나면 레거시 시스템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교보생명의 V3 시스템 구축 사업은 현재 비즈니스 아키텍처(BA)를 정의하는 단계이다. 신 시스템에 맞게 전사 차원에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 주요 목표이다. 이를 통해 V3 시스템의 효과도 높이고 현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김 상무는 “먼저 명확한 BA를 수립하고 그 위에 IT시스템을 구현하는 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빅뱅 방식이 아닌 단계적으로 오픈될 것이며 기존 자원들도 최대한 재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김준호 상무는.

 1984년 교보생명 전산부에 입사해 애플리케이션의 분석과 설계, 프로젝트 관리, IT전략, 기획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보험영업지원 시스템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운영했다. 2002년부터 신설된 IT전략팀장을 맡았고 2008년 정보시스템 실장이 됐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 공식적인 CI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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