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기획은 37회 창립기념일인 지난 5월 14일 모바일 포털 ‘아이모바일(i-모바일)’을 공식 오픈했다. 아이모바일에 접속하면 이메일, 전자결재 등을 스마트폰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남다른 것은 사내 온라인 포털 아이퍼브(i-pub)를 스마트폰용 아이모바일에서도 똑같이 구현했다는 점이다.
제일기획의 아이퍼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개념을 접목해 자체 개발한 웹 기반 워크 플레이스로, 트위터와 유사하다. 제안 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댓글을 달 수 있고 팀장 그룹 등에 단체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그룹 메시징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누구든 쉽게’ 접근…아이디어 향상 기대=아이퍼브에는 ‘핫포테이토’, ‘팝콘’, ‘i비어’ 등 이름을 한 톡톡 튀는 메뉴들이 있다. 핫포테이토는 설문(Poll)을 통한 리서치 기능 등을 갖고 있으며 동료가 제안한 의제에 대해 누구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팝콘은 사업화 아이디어 혹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공간이다. 또 i비어는 자유롭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누구든 답하게 한 코너다. 이는 제일기획의 기업 문화를 반영한다.
제일기획은 올 초 사원부터 대표까지 직급명 대신 ‘프로’라는 호칭을 붙이기로 통일했다. 수직적인 서열 문화를 깨고 어깨를 나란히 해 소통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한 촉매제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것이다. 신도성 제일기획 정보전략팀장은 “아이퍼브 기획 초기에는 일반 포털로만 서비스를 하려고 했으나 개발 도중 스마트폰과 접목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모바일 포털로도 개발하게 됐다”고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당시 선례가 없어 고민도 적지 않았지만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제일기획은 삼성SDS와 함께 3개월간의 설계, 4개월간의 개발 작업을 추진했고 올 5월 일반 온라인 포털과 모바일 포털을 동시 오픈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퍼브 포털의 모든 구성 요소와 기능이 스마트폰 환경에서 똑같이 이뤄지고 데이터도 실시간 동기화된다. 하지만 개발이 쉽진 않았다. 모든 컴포넌트를 아이퍼브용과 아이모바일용으로 각각 별도 개발해야 했다. 신 팀장은 “데이터를 로딩할 때 아이모바일에서는 아이퍼브보다 속도가 많이 느려져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2초 수준의 데이터 로딩 속도를 목표로 프로그램 튜닝과 데이터 구조 개선에 땀을 흘렸고 거듭 테스트를 거쳤다. 사진이 분할돼 보이는 등 기술적 문제를 이어 개발할 계획이며, 가을경에는 아이모바일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돈 되는 아이디어에는 합당한 보상=제일기획은 ‘움직이는 아이디어 공장’ 아이모바일의 전 임직원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2월부터 쇼옴니아 스마트폰을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전 직원 대상으로 스마트폰 지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박용국 제일모직 신문화팀 수석은 “별명(닉네임)과 아바타로 활동하고 모든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 체계까지 있어 창의력을 중시하는 제일기획의 핵심 역량을 발전시키는 동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글을 게시한 이와 댓글을 단 이가 누구인지 모른 채 아이디어로만 언제 어디서든 소통하는 공간을 모바일에서도 구현한 것이다.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도 스스로를 CIO(Chief Idea Officer)라 호칭하면서 아이퍼브를 통한 전 임직원의 아이디어 생산성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아이퍼브와 아이모바일은 단순히 정보를 주고 받는 데서 더 나아가 제일기획의 핵심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이다. 동료 임직원의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기준은 ‘칩’이다. 댓글 혹은 추천 5개에 그린칩 1개가 부여되며 100원에 상당한다. 칩을 모아 10만원 단위로 현금화할 수 있다. 또 동료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사업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의 일부를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지급한다. 임원들에게는 직원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30만원어치의 칩이 매달 주어진다.
칩 선물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아이디어이 밤새 올린 아이디어에 ‘칩’을 선물하고 그룹 메시징 기능을 통해 직원들에게 수시로 메시지를 전한다. 최우수 사용자이기도 한 김 대표는 아이퍼브의 최초 기획자이기도 하다.
신 팀장은 “25개국 29개 법인의 해외 주재원들도 스마트폰으로 포털에 접속해 아이디어나 질문을 올리고 본사 직원들이 답을 보내주고 있다”며 “향후 제일기획의 지식경영과 경영전략 등 각종 업무를 위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박용국 제일기획 신문화팀 수석
--아이퍼브와 아이모바일 포털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사무실 안에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라도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모두가 참여함으로서 한 아이디어의 완성도가 몇 십배, 몇 백배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다. 신입사원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데 기업이 아날로그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기업의 포털에서 별명과 아바타 개념을 도입한 것이 이례적인데.
▲개인 신상이 노출되면 직급과 권위 등에 묶여 아이디어 소통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다른 기업들의 소통 방식도 수평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상상, 소통, 도전을 키워드로 삼아, 서로 관련 없는 이종간의 교차점에서 생각이 결합해 아이디어가 폭발할 수 있다는 ‘메디치 이펙트’ 이론과 상통한다.
--향후 계획은.
▲지식 경영을 위한 사내 시스템과 사내 의사결정 시스템 등 다양한 사내 시스템들을 모바일 포털로 연동시킬 계획이다. 1차적으로 6월까지 근태, 휴가, 방문등록 등 출입관리, 개인 일과 관리 등을, 연말까지 옥외광고(전광판)에 대한 검수 작업 등을 구현할 계획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