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기업으로 다시 출범한 동부하이텍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국내 팹리스 지원을 위해 자사 브랜드를 제공하고 판매도 대행하는 형태의 상생사업을 추진한다.
박용인 동부하이텍 사장은 7일 “국내 팹리스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영세한 팹리스들에게 파운드리를 공급하는 것과 더불어 판매까지 대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영세한 팹리스 업체들을 대신해 판로를 대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은 이를 요청하는 팹리스의 제품을 제조한 뒤 동부 하이텍의 브랜드를 붙여 공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시제품 제작에 수 억원에서 수 십억원까지 소요되는 초기 비용을 줄이고 제품을 판매하면서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대만의 경우 TSMC가 대만 팹리스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함께 성장하는 상생모델을 구축해왔다. 국내 팹리스 한 관계자는 “그런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며 “대기업과 협력해 판매처가 늘고 매출이 늘어난다면 서로 윈윈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당분간 고부가가치 아날로그 제품 개발을 위해 설계자산(IP)를 제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하이텍은 3년전부터 아날로그반도체 위탁제조(파운드리) 사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기로 밝힌 바 있다. 그는 “중소기업 위주인 국내 팹리스에게 질 좋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 인력을 대대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여력이 되는 만큼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웨이퍼 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하이텍은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비중이 지난해 말 40%였지만 올해는 5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무선주파수(RF)를 이용한 TV용 튜너, 근거리 무선통신 방식 기술인 지그비(Zigbee)와 전력용 반도체(PMIC) 파운드리 서비스에 주력한다. 이 분야는 국내 팹리스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한 영역이었다. 국내 파운드리에서 아날로그 IP를 충분히 공급해주지 못한데다 디지털 반도체에 비해 설계하는데 시간·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국내에 아날로그 반도체를 전공한 인력이 부족한 것도 이 분야 성장을 더디게 했다.
동부하이텍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에 따라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이 회사 1분기 매출은 1379억원, 영업손실 1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매출은 3배 늘었고 손실은 4분의 1로 줄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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