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에 9년 쏟은 열정 9분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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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체 조립과 점검이 모두 끝났습니다. 발사체를 이송ㆍ기립시키는 장비에 싣고 7일 발사대로 옮길 예정입니다."

오는 9일 2차 도전에 나서는 나로호 발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막바지 준비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는 항공우주연구원의 박정주 발사체 체계사업단장(50).

박 단장은 5일 매일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발사 이틀 전부터 발사 당일까지 3일간의 시나리오를 미리 점검해보는 `드라이런`을 방금 끝냈다"며 "7일부터 사실상 발사를 위한 작업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실패한 경험 때문에 무척 부담되고 긴장된 상태지만 작년보다 매우 안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나로호는 8일 리허설을 실시한 뒤 9일 오후 5시께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박 단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우주센터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새벽 5시면 일어나 작업을 시작한다. 그는 "여기(우주센터) 숙소가 모자라 일부 연구원들은 민박집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며 "나로호 발사는 개인이 아닌 팀 작업이다. 비록 (내가) 인터뷰를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 팀원 모두가 열정을 갖고 마무리작업에 땀을 쏟고 있음을 꼭 알려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는 "1년째 주말을 빼고는 우주센터에서 살다시피 한 연구원들도 있다. 연구원 200여 명의 노력이 있었기에 나로호가 발사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지난해 1차 발사 때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지만 다른 모든 것은 제대로 작동한 것을 확인했다. 또 전반적으로 점검작업도 잘했다. 올해는 잘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발사체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으며 나로호 설계 작업과 개발 등 연구를 주도해 왔다. 그는 "나로호 개발 작업은 2002년에 시작했으니 9년째다. 그런데 발사 뒤 9분이면 성공이냐, 실패냐 승부가 갈린다"고 했다. 9분 안에 9년간 열정이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박 단장은 1982년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로켓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993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립되고 과학로켓 1호를 설계ㆍ발사했던 우주개발 초창기부터 현재 나로호 개발과 발사에 참여한 만큼 한국 로켓개발 역사와 함께해온 셈이다.

그는 "나로호의 1단 로켓은 러시아 협력을 얻었기 때문에 완전한 국산 우주발사체를 완성한 것은 아니지만 발사체 설계부터 발사작업을 해오면서 기술을 체계적으로 갖추게 됐다"며 "이번 경험은 순수 국산기술로 1단 로켓까지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자체 발사장을 확보한 것도 큰 자산"이라며 우주개발 분야 발전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박 단장은 "액체추진체(1단 로켓) 국산화 과제도 이미 착수했다. 2020년에 국산로켓 발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 개발자들이 워낙 열정적으로 일을 해 러시아 연구원들이 놀랄 정도였다"며 "그 덕에 러시아 연구원들이 한국 연구원들을 좋게 봐주고 많이 친해졌다"고 개발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 단장은 2차 발사가 9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몇 년째 휴가를 못 갔는데 가족들과 휴가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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