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대항해 시대]<2부-5> 인포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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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뱅크 서비스기술연구소에서 직원들이 메시징 앱 엠앤톡 개발회의를 진행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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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에서 최고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IT업계에서 최초의 의미는 남다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경쟁하는 벤처업계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는 각별한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는 과정에서 최초의 기술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가 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벤처가 최초의 기술을 선보였지만 대다수는 사라졌다. 최초에 머무르지 않고 최고가 된 벤처는 어떤 점이 달랐을까. 메시징 전문기업 인포뱅크의 성공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포뱅크는 메시징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남다른 기술을 차곡차곡 선보이며 최초의 메시징 전문기업에서 최고의 메시징 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메시징·모바일서비스 특허만 40여개=1995년 설립돼 벤처 1세대로 이름을 날린 인포뱅크(대표 박태형·장준호). 수많은 벤처들이 뜨고 지는 동안 설립 16년째로 접어든 인포뱅크는 탄탄한 메시징 기술로 다양한 양방향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이며 줄곧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인포뱅크가 보유한 메시징 기술 관련 특허는 40여건. 국내 최다 수준이다. 메시징 서비스 영역 또한 개인용 단문메시지서비스(SMS)부터 1998년 국내 최초로 시작한 기업용 SMS, 기업용 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MMS) 등 메시징 전 영역을 아우른다.

 이제는 보편화된 신용카드사 승인내역 및 은행 입출금 통보 서비스도 인포뱅크가 첫선을 보였다. 1998년엔 SK텔레콤 등 5대 이동통신망 통합 SMS 게이트웨이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업용 메시징 서비스를 내놨다. 인포뱅크의 기업용 메시징 서비스는 시중 은행, 카드사, 유통 업체 등 대다수 기업에서 채택했다.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은 무려 3200만명에 달한다.

 최근 인포뱅크는 이러한 메시징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국민 편의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등기 내용이 변경됐을 때 메시지로 알려주는 ‘부동산 알림서비스’(대법원),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학부모를 연결하는 ‘학부모 알림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공 기관, 지자체와 협력해 각종 편의 문서나 통보 시스템을 메시지로 알려주는 메시지 알림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국내 유일 양방향 메시징 서비스 제공=1998년 개발을 시작한 양방향메시징서비스(MO:Mobile Originated)도 국내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MO는 휴대폰에서 컴퓨터나 서버로 메시지를 보내는 양방향 메시징 기술로, 인포뱅크는 지난 2000년 MO서비스에 대한 원천기술 특허를 획득했다. 한 특허 침해사가 제기한 특허무효 및 권리범위확인 등 소송에서 최근 대법원까지 모두 승소해 특허권을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인포뱅크는 양방향 메시징 서비스를 기반으로 여러 방송매체와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양방향 미디어 서비스로 불리는 이 서비스를 라디오·TV(지상파·케이블)·전광판·웹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해, 방송 프로그램에 접목한 양방향 방송서비스, 광고에 접목한 양방향 광고 서비스 등으로 세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양방향 미디어 서비스가 접목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시청자들이 메시지를 보내 방송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메시지 투표를 통한 인기가수 선정, 라디오에 메시지를 보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등이 인포뱅크의 솔루션이다. 현재 인포뱅크는 지상파TV와 KBS라디오(쿨FM), SBS라디오(파워FM·러브FM), TBS, CBS라디오, KNN라디오, EBS라디오 등 다수의 방송사와 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시청자 참여형 방송이 확산되고, 양방향 TV가 보급되면서 양방향 미디어 서비스는 보다 중요한 수익모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최근에는 양방향 미디어 서비스를 광고에 접목한 광고 서비스 샵프리(#free)도 시작했다. 샵프리를 통해 소비자는 휴대폰에서 손쉽게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고, 광고주는 브랜드 이미지나 상품 특징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일대일로 전달할 수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메시지로 미래형 커뮤니케이션을 디자인한다=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포뱅크의 메시징 기술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인포뱅크의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엠앤뱅크(m&Bank)’는 휴대폰에서 국내 모든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판매 회사가 고객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SMS)로 결제 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전송하면, 고객은 해당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어디서나 간편하게 카드결제를 할 수 있다. 엠앤뱅크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는 가맹 회사는 ADT캡스(국내 전 지점), BT&I(여행사), 라이크투어(여행사), 한국에스엠아이(출판교육), 팜클(세스코 자매사), VGK아이생각(교육), 통인(이사) 등 60여 곳이다.

 엠앤뱅크 서비스는 치킨과 피자업체와 같이 외식 배달 사업에서 대금 수령을 위해 직원들에게 무선 카드결제 단말기를 지급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여행사와 호텔처럼 예약 후 원격 결제가 많은 업종 이용객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결제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어 향후 가맹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무료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엠앤톡(m&Talk)’도 또 한 번 앞선 메시징 서비스를 과시했다. 지난 2월 아이폰용을 출시한 후, 3월에는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간 호환이 가능한 크로스플랫폼 버전을 공개했다. 지난 5월에는 윈도모바일폰과 웹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플랫폼을 대거 확장했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메시징 유형을 분석해 경쟁사들보다 앞선 기능을 추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16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해외로도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성공비결>

 ‘실패가 기회다. 남과 다른 포트폴리오를 갖춰라.’

 인포뱅크가 설립된 것은 메시징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기 전이다. 지금은 메시징 기술력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포뱅크지만, 처음부터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설립 초기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며 뜻하지 않게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 것들도 많다. 지금은 일상화된 위치추적서비스, 인터넷 뱅킹 서비스, 온라인 서점 등이 그것이다.

 설립 이듬해인 1996년 인포뱅크는 버스사용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 버스안내시스템(BIS) 사업을 최고기술평가점수를 얻어 수주했다. 당시 인포뱅크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버스의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관제센터는 물론이고 개별 버스에 통행 정보를 전달하는 일종의 위치추적서비스다.

 인포뱅크는 이 사업을 위해 종로1가에서 동대문 구간에 독자적인 소규모 무선데이터망을 구축했다. 무선망을 통해 단말기에 메시지를 보내는 개념이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당시 서울시 시범사업이 성공적일 경우 서울 전역은 물론이고 건교부가 나서 전국 주요 도시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IMF가 닥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계획이 유야무야됐고 사업은 취소됐다. 인포뱅크가 2년간 매달렸던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기술이 적자가 돼 돌아왔다.

 이 시점에 인포뱅크는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 중대한 결심을 내린다. 당시 음성통화만 제공하던 이동통신망이 데이터서비스도 주도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위치추적서비스보다 무선인터넷에 승부를 걸기로 한 것. 이후 암호 알고리듬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뱅킹 솔루션을 개발하고, 1998년에는 SMS를 활용한 무선메일서비스 시스템, PCS 위치정보서비스 및 무선메시징 웹서비스, 이동전화 SMS 게이트웨이 링크 시스템, 무선메일 웹서비스 등을 줄줄이 선보였다. 이듬해에도 이동추적 웹서비스, 무선증권 거래시스템, 왑(WAP)기반 이동금융서비스 등을 내놓으며 독보적인 메시징 기술로 업계에 자리매김한다. 첫 사업의 실패를 딛고 독자적인 사업내용과 기술력으로 국내 최대, 최고의 메시징 기업으로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박태형 대표 인터뷰>

 “벤처 사업은 일종의 지식 스포츠입니다. 경기 출전을 앞둔 선수처럼 평소에도 연구를 즐기고 몰입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박태형 대표는 자발적인 몰입으로 연구하고 즐겁게 배우는 기업문화를 강조한다. 이 신념은 낯선 분야에 도전하며 연구 개발에 매진했던 그 자신의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투자은행에서 10년 이상을 일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연구하고 배웠습니다. 투자은행 근무 당시 기업금융을 담당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이나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위한 자문 역할을 하는 동안 자연스레 미국과 해외 IT시장의 흐름을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게 된 원동력이 됐습니다.”

 현재 인포뱅크의 R&D 인력은 전 직원 198명의 80%를 웃돈다. 그 비중도 계속 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인포뱅크 회의실에서는 직원들이 여는 세미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미 우수성이 검증된 인재들이지만 박 대표는 이들에게 끊임 없는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 대표는 좋아하는 말로 스스럼없이 공자의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를 꼽았다. “직원들이 즐겁게 연구에 매달릴 수 있는 분위기의 벤처가 경쟁력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의 자발적인 연구 개발을 장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