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리모컨 없이 손가락으로 조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2∼3m 거리에서 리모컨 없이 손가락으로 TV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이는 인터넷과 결합해 방대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스마트TV’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 인터페이스 기술인 ‘나탈 프로젝트’, 혁신적인 조작 방식을 선보일 구글과 애플TV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TRI는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해 TV 볼륨과 채널 조작은 물론이고 인터넷 서핑과 검색 등을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ETRI는 이 프로젝트를 인식을 뜻하는 영어단어(cognition)를 조합한 ‘코그너 TV’로 명명하고 각 부문별 핵심 개발자들로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장면을 구현하는 것이다. 원하는 채널이나 드라마·영화 등을 리모컨 대신 손으로 고를 수 있으며 허공에서 손을 저으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TV에 장착된 카메라가 동작을 인식하고 소프트웨어와 조합, 명령을 실행하는 원리다.

이런 동작인식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서 선보였다. MS는 작년 미국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인 E3에서 사람의 관절 움직임을 카메라로 인식, 게임에 활용하는 나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ETRI는 관절이 아닌 손가락 인식을 개발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제어를 위해서다. ETRI 관계자는 “TV가 단순한 방송 수신기가 아닌 가정 내 핵심 정보 채널로 발전함에 따라 리모컨이나 키보드·마우스로는 조작이 불편하고 한계가 있다”며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UI)를 위해 손가락 제스처(동작)를 인식하는 기술을 준비 중이며 10월 이전에 시제품 개발을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0월을 타깃으로 삼은 건 MS 나탈 프로젝트 때문이다. 나탈 프로젝트가 상용화되기 이전, 독자 기술을 선보여 기선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ETRI 관계자는 “MS와 구글은 물론 애플이 아이폰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의 TV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후 기술 개발 성과에 따라 가전사들과 상용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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