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CIO칼럼 - 세상을 바꾸는 스마트폰

 지난달 초순의 일이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이 느닷없이 닷새 동안 연락이 두절됐다. 휴대폰은 불통이고 딸의 블로그며 싸이월드 그리고 우리 가족 인터넷 카페에도 전혀 흔적이 없었다. 사흘째부터 이어지는 초조와 불안감, 연락 두절에 금단 증상에 시달려야 했다. 닷새째 겨우 연락이 됐다. 휴대폰은 분실했고 집의 인터넷은 문제가 있었으며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딸은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겠지만, 단 닷새 동안의 무선축선상의 대기 명령불복종(?)은 단순한 정서 불안이 아니라 생활의 균열까지 오게 했다.

 ‘휴대폰 중독 증후군’은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었다. 휴대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다. 요즘은 휴대폰 하나만으로 문자, 인터넷, 게임, 음악 감상은 물론이고 심지어 TV까지 시청할 수 있다. 올해 아흔인 내 어머님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조카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최고 필수품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서너 번의 전화 불통이나 문자에 대한 무응답은 자신을 피하는 신호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런 휴대폰에 스마트 기능이 더해졌다. 또 아날로그의 감성까지 더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전날 미국 증권시장 동향을 단 두 번의 검지 놀림으로 모닝커피 한 잔하며 파악할 수 있는 꿈같은 일이 일상이 되었다. 정말 스마트하다. 일상의 관리 방식을 새롭게 제시할 뿐 아니라 디지털 노마디즘(Digital Nomadism)의 사회에서 이 ‘똑똑한 휴대기’는 안성맞춤의 도구로 자리매김했으니 이제 더 이상 족쇄가 아닐 것이다.

 과학기술 진보의 어두운 면에 대한 우려는 여러 경로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공짜는 없다’는 명제 때문일 것이다. IT의 진화가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소통의 경박화(輕薄化) 등 세상을 너무 소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에도 동감한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기술이 우리 삶 속에 파고들면서 신경과 촉감까지 혹사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올해 초 사내 스마트폰 도입 및 활용 계획을 발표했을 때 자신들을 24시간 대기상태로 돌입시키는 것 아니냐는 동료 임원의 반문에 대답이 조금은 궁색했었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 품질이 유선 인터넷 수준까지 향상됐다는 예를 들어 질문을 교묘하게 회피했다. 그리고 아이폰의 뛰어난 사용자인터페이스와 많은 콘텐츠를 실현해 보이며 충격을 줄여보려고 애쓴 기억이 남아 있다. 이메일과 전자결재 위주에서 기간 업무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모바일오피스와 웹2.0을 기반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포함한 포털 개발 계획을 역설했었다. ‘스마트폰 열풍’의 사내 전도사 역을 자청했다고나 할까.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애플스토어 앞에 길게 진을 친고 있던 일본 긴자의 모습은 곧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아이패드를 어렵사리 손에 넣어 사용해 보고 있다.

 맨 먼저 안철수 박사의 말이 떠올랐다. “애플 원투펀치에 한국 IT 그로기 상태” “제2 IT혁명의 요체는 플랫폼 전쟁”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어찌됐건 환상적이고 유쾌한 ‘680그램짜리 도깨비’ 때문에 사흘간 밤잠을 설쳐야만 했고 급기야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폰이 눈을 크게 뜨게 했고 급기야 아이패드의 완전성을 통해 미래 디지털혁명을 느끼며 전율에 몸이 떨렸다면 과장일까.

 애플의 시가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섰다는 뉴스는 애플이 거대한 사용자 컴퓨팅 회사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뜻한다. 애플은 수년 전부터 아이팟,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모바일 기기의 혁명을 이끌며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사용자 컴퓨팅 환경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탄이 된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세계 주요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고객과 온라인을 통한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금융권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 마이페이스, 블로그 등 기업과 고객 간 소통을 위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은 고객과의 접촉 기능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시킬 수 있다. ‘아마존 리멤버’는 언제 어디서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그 물건의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아마존에 그 물건이 없으면 유사한 제품을 추천해 주거나 다른 유통망의 정보를 제시한다고 하니, 아마존은 이미 물건만을 파는 곳이 아니다.

 소설가 이외수의 재치 넘치는 단상, 남유럽 사태와 천안함 사건으로 요동치는 증권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분당지점장의 넋두리까지 내 트위터에 실시간 전달된다. 딸은 미국 새크라멘토에 있고 아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지만 스마트한 애플리케이션 덕분에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엊저녁 식사 메뉴와 여행기, 사진까지 공유한다. 지금 내 손 안에 세계가 있다는 것은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문제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모바일 환경을 지원하는 관련 솔루션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지금보다 더욱 신나는 새로운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이 화려하게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유료 애플리케이션 수익의 70%가 개발자 몫이라고 한다. 이 신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참신하고 튀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게 개발될 것이다. 오늘도 밤낮을 잊고 개발 또 개발에 힘쓰는 이 땅의 모든 IT 개발자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김순성 신영증권 전무 sskim@shin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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