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월드컵 특집] 남아공에서 대한민국까지, 시청자들은 어떻게 보나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으로 안방에 앉아 본다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더 세련되고 생생한 영상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 업그레이드와 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시계를 10여 년 전으로 되돌려 보면 경기 화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16:9의 고화질(HD) 영상과 5.1서라운드 오디오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여느 해보다도 많은 첨단 기술이 동원된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본다.

 먼저 남아공에서 촬영된 영상이 한국까지 도달하는 경로는 하늘이 아니라 바다 밑이다. 월드컵 총 64경기 중계 화면은 남아공에서 유럽 및 홍콩을 경유해 대서양 및 태평양을 횡단하는 머나먼 여정을 거친다. 단기 이벤트에는 위성이 활용되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장기적인 이벤트에는 해저 광 케이블이 주로 활용된다.

 생중계지만 촬영된 영상을 곧바로 한국으로 보내는 것은 아니다. 실시간으로 그래픽과 자막을 입히고 해설까지 덧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현지 방송센터다. 현지 국제방송센터(IBC)에는 64경기 전 프로그램에 대한 각종 취재·제작·영상자료를 모두 저장할 수 있는 서버와 스토리지가 설치됐다. 이렇게 저장된 자료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비선형편집기(NLE) 시설을 통해 동시에 편집이 이뤄진다. 국내로 송출할 수 있는 시설은 물론이고 첨단 3D 그래픽 및 무빙 컴퓨터그래픽(CG) 시설, 3D 자막 시설, 슬로모션 장비 등이 마련됐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기 생방송 중계 시에는 경기 해설자를 보여주는 별도의 카메라가 운용된다.

 이번 월드컵 중계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음성다중 중계다. 단독 중계에 대해 지적되는 점 중 하나가 해설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BS는 사상 처음으로 ‘2해설자, 음성다중 중계’를 도입한 것. SBS는 이를 모든 한국 전에 적용할 계획이며, 해설자를 각각 제1해설, 제2해설로 방송해 각각 차별성 있는 다른 해설을 내보낸다. 메인 오디오 채널을 선택하면 정통 해설이 나오고, 서브 오디오 채널을 선택하면 보다 전문적인 해설이 나오는 방식이다. 시청자들은 취향과 선호에 따라 하나의 오디오 채널을 선택하거나 그때 그때 해설자를 바꿔가며 즐길 수도 있다.

 자막도 이번 월드컵부터는 달라진다. 지금까지 중계 화면의 자막은 영어로 된 것을 받아 한글 자막을 덧씌우는 방법이었다. 월드컵 중계 화면은 국제축구연맹(FIFA) 대회를 전담하는 HBS가 국제신호(영상, 자막, 현장음 포함)를 제작해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들에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부터는 영어에 덧씌워지지 않은 깨끗한 한글 자막을 볼 수 있게 된다. SBS는 국제신호 자막을 한글로 자동 변환해 방송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BS와 국립국어원이 축구 용어, 개최지, 지명, 선수 명단 등의 한글 표기를 통일화해서 HBS에 제공했으며, HBS는 영어 자막을 한글로 자동 변환한 국제 신호를 만들어 SBS에 보낼 예정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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