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묘미는 성공확률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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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합병 성공의 열쇠는 사람이 쥐고 있습니다. 우리는 게임 자체가 아니라 게임을 만든 사람을 보고 인수를 결정합니다.”

 게임 업계 인수합병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넥슨의 서민 사장은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임 산업은 사람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첨단 건물과 최신 컴퓨터를 갖춰도 만드는 사람의 창조성이 떨어지면 좋은 게임이 나올 리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넥슨은 엔도어즈와 게임하이라는 굵직한 중견 게임 업체를 연이어 인수했다. 앞서 넥슨은 지난 2004년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을 시작으로 2008년 던전앤파이터 신화를 쓴 네오플까지 다양한 업체를 인수해왔다. 넥슨은 콘텐츠 업계에서 ‘인수합병 경영’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인수합병이 잦다보니 ‘성공한 개발사만 인수해 덩치를 불린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서 사장은 이에 대해 ‘분명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그는 “역사는 잘 된 사례만 기억한다”고 전제하며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10년 넘게 개발사를 인수하면서 이 가운데 10개 이상 실패한 경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 사장이 생각하는 인수합병의 묘미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그는 “경영학 전문가들은 인수 업체가 성공할 가능성을 10% 미만으로 잡는다고 한다”며 “메이저리그에서 3할 정도면 좋은 타자로 인정받듯이 성공 확률을 30% 이상으로는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 사장이 인수합병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는 대목은 화학적 결합이다. 단지 법인명을 하나로 만들고 조직을 합치는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려는 시도다.

 서 사장은 게임 업계 최대 빅딜이었던 네오플 인수 후 양사의 주요 임직원을 모아 ‘업무 분석’에 착수했다. 이어 양사가 진행해 왔던 비즈니스 프로세스들을 공유하고 맞춰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법인은 달라도 각종 복지제도를 같게 만들었다. 양사의 야구동호회가 앞장서 만든 네오플 대 넥슨의 야구경기로 우의를 다졌다.

 세계 게임 업계에서는 인수합병 성공의 반대 상황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 게임 업체로 손꼽히는 EA다. 올해 1분기 EA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떨어진 6억4400만달러며, 무려 2억3400만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서 사장은 인수합병 공룡 EA의 부진에 대해 “비디오게임에 너무 집착하고 온라인게임에 대한 투자가 늦어지면서 플랫폼 이동 시기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인수합병의 이유가 덩치를 키우는 데 맞춰지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서 사장은 인수합병에서 또 하나 중요한 키워드로 ‘균형’을 제시했다. 외형적 확대뿐 아니라 핵심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고객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재미’와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창조성’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넥슨은 작년부터 ‘실험실’과 ‘연구소’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실험실은 사내인큐베이팅 제도다. 신사업 아이디어 준비 단계부터 별도의 공간을 제공하여 독립적인 사업개발을 장려한다. 연구소는 게임 기초 과학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이 최소 6개월 이상 연구하고 싶은 과제에 매진하는 기회다. 게임엔진이나 가상현실 등의 연구에 관심 있는 직원들이 이 제도를 통해 넥슨의 기초 체력을 높이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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