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시장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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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엔 불이 붙었지만, 업체들 입장에선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형국입니다.”

 터치스크린시장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신규 진입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판가 하락이 가속화하는데다, 국내 공급체인이 무너지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까지 악화됐다. 차세대 모바일 기기의 핵심 부품인 터치스크린이 국내에서 채 피기도 전에 출혈 경쟁으로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는 12억1300만대인데, 이 중 터치휴대폰은 3억2200만대로 추산된다. 지난해 세계 터치폰 출하량 1억2700만대였음을 감안하면 휴대폰에서만 터치스크린 수요가 2.5배 이상 커졌다. 아이패드를 중심으로 태블릿 PC에도 중형 터치스크린이 적용돼 시장 흐름은 굉장히 좋다.

 그러나 국내 터치스크린 모듈 업체들의 수익성은 빠르게 나빠졌다. 모듈 업체들 이익률이 5% 안팎에 불과하다. 모바일용 모듈 가격은 올해 들어 30%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휴대폰용 정전용량식 터치 모듈 가격은 10달러를 상회했지만, 최근 7∼8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모듈 업체까지 난립해 판가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후발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스스로 판가를 내리면서 공정가격선이 무너졌다. 업체들은 세트업체에 첫 모델을 낙점받기 위해 수익이 나지 않아도 무조건 달려든다. 첫 모델에 이익을 남기지 못해도, 두세 번째 모델을 승인 받아 이익을 남기겠다는 생각에서다.

 한 터치스크린 업체 관계자는 “공정 가격이 무너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내는 세트 업체들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에 경쟁 상황이 완화돼도 세트업체들이 판가 인상을 해주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업체간 과도한 경쟁으로 시장의 선순환 구조도 사라졌다. 터치스크린 업체들은 경쟁사가 개발한 핵심 소재를 전혀 구매하지 않는다. 국산 ITO 필름이 나와있지만, 경쟁 업체들은 여전히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쓴다. 경쟁 업체를 배불리지 않겠다는 심리와 제품을 주지 않겠다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 터치스크린 업체 사장은 “대만 업계가 똘똘 뭉쳐 세트업체의 판가 인하에 대응하는 것과 달리 우리 업계는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경쟁할 때엔 하더라도 업계 전체가 상생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