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
국가정보화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는 백인백색의 대답이 기다리고 있다. 생각의 폭과 경험의 깊이에 따라 각자가 국가정보화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이에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국가정보화를 ‘정보화’라는 수단을 통해 지식정보사회의 첨단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국가전략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은 국가정보화를 공공부문의 정보화로 이해하는 일부의 해석이나 전 정권처럼 전자정부와 동일시하는 것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미래의 트렌드를 읽고, 미래에 통용될 기술 수요를 읽어낼 수 있어야 지식정보사회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금의 변화를 주도하는 트렌드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보화는 드디어 3.0 단계에 접어들었으므로 정보화를 통한 ‘일’과 ‘생활’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둘째, 소프트웨어가 IT산업의 주가 되므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절실하다. 셋째, 가치사슬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일직선의 양쪽 끝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환형으로 만나는 명실상부한 프로슈머 시대가 왔다.
최근의 스마트폰 충격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둔감했던 우리의 지나간 10년을 말해준다. 다양한 IT융합으로 생활의 변화를 구가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 못했고, 소프트웨어 발전전략 또한 과거 하드웨어산업 발전전략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IT강국을 자처했던 우리나라는 IT소비강국이었을 뿐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강국은 되지 못했다.
국가정보화전략은 생활혁명을 일으키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며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킴과 동시에 우리나라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과제로 안고 있는 문제에 정보화를 통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면서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될 저출산 고령화 문제, 장애인 복지 문제, 다문화가정 문제,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 등은 정보화를 통해 직접적 혹은 간접적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사교육부담을 줄이고 창의성을 기르는 공교육 강화방안 또한 정보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국가정보화전략의 수행을 위해 어떠한 정보화추진체계를 갖는 것이 필요한가. 정보화 업무는 정부의 모든 부처와 관련이 있다. 안보와 치안을 담당하는 부처로부터 보건복지를 담당하는 부처에 이르기까지, 경제부처로부터 문화와 체육을 담당하는 부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교육 여성 청소년을 담당하는 부처로부터 외교 통상 통일을 담당하는 부처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처는 정보화와 깊이 연관돼 있다. 지금은 정보화 3.0 시대다. 특정부처가 정보화 업무를 한군데 모아서 하기보다는 정부의 모든 부처가 정보화와 관련된 업무를 주요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더 시급하며 부처 내 정보화 전담부서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수평적 협력관계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 또한 거시적 정보화 비전을 설정하고 적시의 정보화전략을 추진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요소이다.
국가정보화 미래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는 두 부문의 혁신이 필요하다. 하나는 법과 제도의 혁신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혁신이다. 선진적 제도와 선진적 기술의 진정한 결합이야말로 선진적 지식정보사회를 우리나라에서 구현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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