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나SK카드는 자사의 시스템 운영 아웃소싱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 간에 경쟁을 붙였다. 일반적인 기업 환경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IT 계열사가 그룹 안에 있다면 쉽지 않은 작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경쟁하게 한 하나SK카드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나SK카드는 하나아이엔에스를 비롯해 삼성SDS, LG CNS, SK C&C 네 곳에 관련 사업에 대한 제안요청서를 보냈고, 실제 제안에 참여한 업체는 하나아이엔에스와 SK C&C 두 군데였다. 지난 17일 하나SK카드는 여러 평가 과정을 거쳐 하나아이엔에스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결국은 그룹 계열 IT 회사가 선정된 것이지만 하나SK카드가 자사의 아웃소싱 협력사로 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심사숙고했다는 것이 의미 있다. 하나SK카드 측은 향후 신규 IT프로젝트에도 이러한 경쟁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이강태 하나SK카드 사장은 인터뷰에서 하나금융그룹의 IT 계열사인 하나하이엔스와의 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했다. 당연히 하나아이엔에스와는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해 나가겠지만 그룹 계열사라고 해서 무조건 맡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태 사장은 과거 LG그룹 계열사에 있을 때도 이러한 소신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결정은 쉽지 않다. 그룹사 입장에서는 한 식구를 돕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비난을 쏟을 수 있다. 자칫 그룹에서 ‘모난 돌’로 찍히기 십상이다. 그래서 많은 그룹사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어쩔 수 없이 IT 계열사와 협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우는 아이 사탕 줘서 달래는 식’과 다름없다. 물론 계열사의 역량이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히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역량을 판가름하기 어렵다거나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도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한다면 결국 그것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 된다.
사탕은 단기적으로는 달콤할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결코 약이 될 수 없다. 진정으로 서로에게 치료가 되고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 이강태 사장의 바람대로 삼성그룹에서 LG CNS가 일할 수 있고, LG그룹에서 삼성SDS가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오려면 지금은 오히려 쓴 약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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