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초에 18m를 오르내리는 승강기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현대엘리베이터(대표 송진철)는 세계 최고 속도인 분속 1080m 초고속 승강기와 분속 600m의 더블데크 승강기를 자체 개발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5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새로운 승강기 브랜드인 ‘디 엘’(THE EL) 발표회를 열고 외국계 업체들이 독식해온 초고속 승강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에 공개한 국산 초고속 승강기(모델명 디 엘 1080)는 분속 1080m로 150층 빌딩(600m)에도 설치가 가능해 오티스, 티센, 미쓰비시 등의 초고속 기종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에 설치된 초고속 승강기도 실제 운행거리는 500m 남짓한 수준이다. 승강기 구동장치에 일부 기계적 고장이 발생해도 안전하게 감속 운행이 가능하다. 전력회생형 인버터를 탑재해서 승강기 운행 과정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를 재활용한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더블데크 승강기(모델명 디 엘 600D)도 큰 관심을 끌었다. 두 대의 승강기를 아래 위 복층으로 붙인 국산 더블데크 승강기는 최대 70명의 승객을 태우고 분속 600m로 운행할 수 있다. 운송효율이 기존 승강기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서 전체 승강기 설치 대수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는 9월까지 더블데크 승강기 8대를 동시에 제어하는 운영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초고속, 더블데크 승강기 국산화를 계기로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의 승강기 시장을 두드릴 계획이다.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그동안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에는 외산 승강기 설치가 마치 정석처럼 받아들여졌다. 국산 초고속 승강기를 납품하기 위해 빌딩건설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는 아파트용 저속승강기 수요에 힘입어 지난 1분기에 시장 점유율 43%를 넘어섰지만 초고속 승강기 분야에는 지난해 베네수엘라 정부종합청사 공사에서 8대를 수주한 것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인천 송도의 인천타워(151층),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123층) 등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일부 수주를 따낸다면 외국기업이 주도해온 초고속 승강기 시장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