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캐릭터 중 해외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인 ‘뿌까’의 TV용 애니메이션이 정작 국내에선 외산으로 분류돼 역차별을 받고 있다. 제작 비용이 국내에서 충당돼야 한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기준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저작권 소유 여부 등 국산 애니메이션 판정 기준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부즈(대표 김부경)는 최근 MBC와 뿌까 애니메이션 방송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은 부즈가 약 1억원을 MBC에 지불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콘텐츠 제작사가 방송사에게 돈을 받아야 하지만 뿌까 애니메이션은 거꾸로 됐다. 이처럼 황당한 계약은 뿌까 애니메이션이 외산으로 판정되면서 일어났다.
방통위의 애니메이션 판정 기준에 따르면 국산 작품이 되기 위해선 제작 비용의 30% 이상이 국내 자본으로 조달돼야 한다. 뿌까는 우리나라 기업인 부즈가 저작권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뿌까 애니메이션을 글로벌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자본을 유치하고 제작도 분담했다.
외산 작품은 애니메이션 업계의 유일한 방송 채널인 EBS에 들어가기 어렵다. EBS는 전체 애니메이션 편성 중 35%를 국산 작품으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해외 자본을 유치해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정작 뿌까는 외산 애니메이션으로 분류, EBS 전파를 타지 못한채 울며 겨자 먹기로 MBC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 기업이 만든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정작 한국에서는 외면받은 셈이다.
부즈 측은 “애니메이션 방영 효과가 가장 높은 EBS에 들어가지 못해 돈을 내면서 다른 방송사를 찾았다”라며 “외국 자본이 좀 투입됐어도 저작권이 우리에게 있으면 국산으로 인정해 주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부즈 측은 또 “뿌까 애니메이션 후속작 제작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KAPA)는 방통위 판정 조항에 ‘저작권을 갖고 있다면 국산 판정시 점수를 더 주자’는 내용을 추가하자는 입장이다. 이교정 KAPA 전무는 “저작권 없이 하청받은 작품들의 국내 대거 진입을 막자는 취지로 이 의견을 제출했다”며 “방통위 측도 이에 동의하고 있기는 하지만 3년째 진척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산 캐릭터 뿌까는 성공한 토종 캐릭터의 대명사다. 연 매출 240억원의 부즈 매출 중 99%는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뿌까 애니메이션은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자본과 기술이 합쳐진 글로벌 프로젝트다. 부즈와 미국 디즈니사의 공동기획 아래 제작은 캐나다 스튜디오B에서 했다. 시나리오는 미국인 작가가 썼고, 음악은 일본에서 만들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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